얼마 전 술자리에서 지인으로부터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물론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찾아보니 바둑에서 쓰이는 격언이었다. 말인 즉 ‘자신이 산 다음에 상대를 잡으러 가야 한다.’, ‘내가 건재하지 않고는 다른 것을 추구할 수 없다’ 등 여러 측면에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경쟁사회에 찌든 요즘의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말 같아 씁쓸했다.

 이기주의는 개인을 넘어 가족, 공동체, 지역,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도 발현된다. 작게는 운전자들의 얌체 운전부터 아파트 내에서는 담배연기나 층간소음, 쓰레기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인다.

 집단 이기주의 역시 사회의 한 단면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아파트 값을 떨어뜨린다며 반대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혐오시설이 들어온다는 소문만 돌아도 난리가 난다. 차에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이용하는 주차장 입구를 막고,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택배차량을 통제하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목격자’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기주의의 끝판이다. 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하고서도 사람들은 침묵한다. 나에게 해가 될까봐, 아파트 값이 떨어 질까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모른 채한다.

 우리 사회는 정말 각박하기만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남을 위해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걸음을 가는 이들이 있다. 이기주의의 과녁이 돼서도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

 하지만 이런 ‘바보’ 같은 사람들은 특성상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나’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고 대부분인 것처럼 느껴지나 보다.

 그 ‘바보’들에게 얼마 전 들은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를 전하고 싶다.

 당신이 건재하지 않고서는 다른 것을 추구할 수 없다고.

 이 세상의 ‘바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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