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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이 발표됐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시한 권고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번 개편방안이 발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교육개혁과 거리가 멀다" "정권에 따라 변하는 입시제도"라는 비난과 성토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한 쪽에서는 "교육개혁 공약파기"라고 비난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정시 대폭 확대 국민 요구 무시"라며 교육부를 몰아세웠고, 급기야 주무장관이 교체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인 정시모집을 30%대로 늘리라고 권고하는 내용이 가장 큰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해온 한 시민모임은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수능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교육부 대입개편안은 국민의 뜻을 짓밟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시·도 교육감들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로 성명서를 내 수능전형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수능 역할 축소를 촉구했다. 수능 비중이 올라가면 내신 부담이 적어지면서 자사고와 특목고에 학생들이 다시 쏠리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교육도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 교육감들의 판단이다. 더구나 자사고, 특목고를 반대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위배되는 정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교육감들은 더 나아가 논란이 큰 이번 대입개편안 발표를 미루고 현장교사와 전문가 참여로 입시개선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에서는 또한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사항이었던 고교학점제를 2025년 차기 정부로 넘긴 부분이 눈에 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 희망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함으로써 학생의 잠재력을 키우고,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활성화하는 제도다.

 그러나 그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내신 평가방법 개선과 대입제도와의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 밖에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공정성이 늘 문제가 되고 있는 수상 경력 반영을 줄인 부분, 그리고 수능에서 국어, 수학, 탐구영역을 상대평가로 그대로 둔 것이나 애초에 폐지하겠다고 했던 기하와 과학Ⅱ가 수능 출제범위에 다시 남게 된 것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발표와 이어지는 논란을 보면서 대학입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정작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 방안의 직접 당사자들인 중학생들의 생각이나 의견, 주장들은 전혀 거론되지도 않는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 지방소재 대학들의 입장도 다르고, 자사고와 특목고, 그리고 일반고에 따라 학교 현장의 사정들이 각각 다를 것이지만 신뢰할 만한 그 어떤 분석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 대신 낯선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나 소위 입시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사교육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논란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그들이 주장하는 말들을 곱씹어 생각해보면 교육을 위한다기보다는 다른 잇속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의아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학입학제도는 대폭 개편된 사례만 해도 10차례 이상이다. 시험과목을 일부 바꾼다든지 하는 소소한 개편까지 포함하면 아마도 수십 차례는 족히 바뀌었을 것이다. 매번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그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학교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셈이다.

 지역간, 계층간 이해관계도 다를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인 수많은 변수들이 얽혀 있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대학입학제도가 앞으로 얼마나 더 바뀌어야 하는가? 어느 쪽의 유불리(有不利)를 고려하지 않고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 능력을 고려한 가장 합리적인 대학입학제도는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수시로 바꿔버리는 대학입시제도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기와 즐거워야 할 학교 생활이 더욱 우울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살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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