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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은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
영종도와 청라는 미래 인구 20만, 30만 명의 국제도시다. 제3연륙교가 인천시민 특히 청라, 영종 주민들이 지불한 공사비로 건설함에도 국토교통부와 인천시는 십여 년간에 걸친 인천대교와 공항고속도로 수익보장 싸움 끝에 합의했다. 너무나 늦었지만 이제 설계단계에 이르렀다.

 만시지탄이지만 어쩌랴. 중앙과 지방 정부의 명확치 않은 계약으로 주민들과 지역발전에 엄청난 피해를 줬지만 책임규명도 없이 공사는 진행되는 것 같다. 나는 영종, 용유, 무의, 북도면 주민들은 인천 시민이고, 따라서 인천시와 국가로 하여금 이들이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다리 건설을 촉구했다. 현재 용유∼무의 다리는 내년 5월 개통 목표로 잘 진행되고 있으나 북도면 신·시·모도∼장봉도로 연결하는 다리는 설계도 못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근자 남북관계 개선과 그간 소외됐던 휴전선 일대 개발에 힘입어 영종∼강화∼해주∼개성을 잇는 고속도로와 영종∼강화∼고성을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로 건설사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시는 조속히 공항공사나 국토부와 협의해 영종∼신도 구간 만이라도 착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길 바란다.

# 오사카 공항 사태에서 교훈 얻어야

 인천시는 최근 국토부와 원만한 합의로 곧 제3연륙교를 설계하고 공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나는 그간 여러 번 청라∼영종을 잇는 제3연륙교든 월미 구읍나룻터를 연결하는 다리든 반드시 터널로 건설할 것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장해 왔다.

 규정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현 공항대교와 인천대교는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이 불면 통행이 금지된다. 금번 오사카국제공항의 마비와 같은 자연재해나 비상시 대책은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우리는 안보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현재 운용되는 두 다리가 피폭으로 붕괴됐을 때 이곳 약 8만 명의 주민과 영종도에 직장을 두고 있는 시민들의 불편은 통행은 물론 상수도 전기공급 단절로 엄청날 것이다. 여기에 세계로 향하는 하늘길이 막혀 안전성과 서비스 세계 1위 공항의 위상 그리고 유무형의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홍수 시 한강수계의 문제다. 과거 홍수가 나면 한강유역 서울, 일산, 김포는 상습 수해지역으로 심지어 강화읍도 1998년 심한 수해를 입었다. 그간 정부는 서울시내 교통과 홍수 예방 목적으로 한강 유역 북측에는 자유로와 강북도로를, 남측에는 올림픽대로와 88도로 건설로 홍수를 대비했다.

 그러나 한강 하류 수계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 물은 현재 두 개의 수로 즉 강화와 김포 사이의 염하강과 강화와 석모도 사이의 석모수로로 흘러 나간다. 여기에 다리 건설로 늘어난 교각으로 일종의 저수 기능이 발생해 인근 홍수 피해가 필연적이다. 생태계 변화는 물론 수로가 막혀 홍수와 백중사리가 만난다면 커다란 재난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근자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고 있어 우리는 한강하류 수계에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나는 강화도와 교동도 다리 건설 시 강화군과 중부발전이 추진하던 조력발전 건설을 이러한 이유로 반대했다.

 현재 한강하류에 교각은 기존 강화신·구 대교와 길상, 공항, 인천대교 5개가 놓여 있다. 교동과 석모대교가 근자 완공돼 늘어난 교각만큼 수로 기능이 많은 장애를 받고 있다. 제3연륙교와 앞으로 예상되는 남북 평화 동맥인 영종∼강화다리, 인천 계양∼강화 간 고속도로, 김포∼강화 간 지하철 건설을 예상할 때 적어도 몇 개의 다리가 건설돼야 하는데 관련기관들은 이 같은 한강하류 수계변화를 예측하고 계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유는 안보문제다. 작금의 신문지상에는 마치 평화는 이뤄졌고, 통일은 내년에 이뤄지는 것 같은 환상을 갖게하는 보도로 채워지고 있다. 어제까지 원수인 김정은이 우리 대통령보다 인기가 더 있다는 기막힌 루머도 돌고 있는 모양인데, 그러나 안보는 현실이고 우리는 역사에서 병자호란, 임진왜란, 청일·러일 전쟁이 왜 우리 국토에서 일어났는지 잘 배웠고 잘 알고 있다. 공항대교, 인천대교, 제3연륙교는 인천공항과 항만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 위치상 비상시 폭파됐을 때 공항과 항만 운영에 심대한 공황을 가져 올 것이 분명하고, 이것을 대비해 국가는 비상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해저터널 건설인 것이다.

# 터널공법 공사비 저렴하고 공기도 단축

 여기에 터널공법은 이미 장비의 발달과 민원요인 감소로 그 경제성이 검증됐다. 최근 국내 모든 공사장의 공통점은 공사비보다 토지대와 민원비용이 더 비싼 점이다. 해안에 다리 건설을 하면 당연히 어민 보상해야 하고, 토지주와 지자체와의 지가 보상비로 다툼이 일어난다. 이익의 유불리에 따라 지역주민들과의 민원 등 공사비보다 토지대와 민원비용이 큰 것이 다반사다. 제3연륙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해저터널로 설계하면 이러한 대부분의 문제가 야기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공기 단축과 주민, 지주, 지자체들과 분쟁을 줄여 원만히 공사가 진행된다. 결론적으로 해저터널 건설은 세계적인 인천공항과 항만의 항구적인 안보대책이요, 안전대책이다. 영종, 용유, 북도 주민의 평화로운 생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전략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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