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9월 평양회담에서 ‘핵 없는 한반도’ 원칙과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등을 명문화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와 종전선언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남북이 18~20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육지와 하늘, 바다에서 일체의 무력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사실상 불가침 선언으로 평가된다.

1991년에 체결된 남북 불가침 합의서는 이후 북핵 위기와 남북 관계 악화로 사실상 사문화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의 진전 속에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실효성 있는 군사 조치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적대행위를 막는 완충지대·구역(Buffer Zone)을 설정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우발적 충돌을 막는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군사 분야 합의서는 정전 상태인 6·25 전쟁을 끝내는 전쟁 당사자 간의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의 발판을 놓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번 군사 분야 합의서에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적대행위 금지 완충지대·구역 설정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 비무장화와 평화적 이용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의 군사적 조치가 총망라됐다.

우선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적대행위를 막는 완충지대·구역이 설정되는 점이 눈에 띈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MDL)을 기점으로 남북 각각 5㎞ 구간이 적대행위 중단구역으로 설정됐다.

서부전선부터 동부전선까지 MDL을 기점으로 남북 10㎞ 구역이 지상 완충지대인 셈이다.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간의 남북 길이는 동해 80㎞, 서해 135㎞에 달한다. 특히 서해에서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 도서 뿐 아니라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북방한계선(NLL)도 이 완충구역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남북은 DMZ의 평화지대화를 위한 GP(감시초소) 시범 철수와 DMZ 공동유해발굴, JSA(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에도 합의했다. 서해 상에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그 수역 내에 시범 공동어로구역을 지정한다는 합의도 이뤄졌다. 시범 공동어로구역은 남측 백령도와 북측 장산곶 사이에 설정하되, 구체적인 경계선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해 확정하기로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처럼 포괄적인 군사 분야 합의에 대해 19일 브리핑에서 "이것은 사실상 남북 간에 불가침 합의를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남북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제거해 전쟁 위험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포괄적 군사 분야 합의서가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종전선언의 준비단계이기도 하며, 종전선언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평양·서울공동취재단=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