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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전 SK네트웍스 중국사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는 부쩍 국가 이기주의의 추세에 돌입하고 있다. 이민족, 이교도 등 소수자에 가장 포용적 국가인 북유럽의 스웨덴에서 소수자에 대한 지나친 혜택은 결과적으로 다수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극우민족주의 스웨덴 민주당이 제3당이 되며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 같은 국가 이기주의의 확산을 보여 주고 있다.

 최근 일어난 영국의 Brexit(영국의 유로존 탈퇴) 역시 유럽의 군소국가로 전락해 1,2차 세계 대전의 주범이자 패전국인 독일의 영향하에 영국이 남아 있기 어렵다는 민족적 자존심의 표현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유럽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일 안하는 국가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는 극우파 르펜을 결선에서 가까스로 이기고 대통령에 화려하게 등장한 젊은 미남 마크롱 대통령(1977년생)은 유럽병의 상징인 노조의 특권과 공무원 감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해외의 많은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최근 들어 영국이 브렉시트에 소극적으로 협상해 엉거주춤하게 유로존에 얹혀 넘어가고자 하는 영국(이를 No Deal Risk라고 함)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프랑스 국가이익을 무임 승차하려 하는 경쟁국에 양보할 수 없다는 국가 이기주의 경쟁의 편린으로 볼 수 있다.

 세계 4차 산업혁명은 IT 분야의 혁신 기업인 미국의 FAANG(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이 주도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중국, 영국, 이스라엘 등 전통적 창업 선도국가가 바로 뒤에 포진하고 있다.

 최근 특이한 국가가 하나 나타났는데 일반인들은 이름도 생소한 에스토니아가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을 중심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는 불과 120만 정도의 러시아와 핀란드 사이의 발트 3국 중에서도 가장 왜소한 국가인 에스토니아는 소련의 붕괴 후인 1991년에야 비로소 독립했다.

 자체 시장으로는 자급자족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고 오랜 기간 소련에 강제 편입돼 독립국의 지위를 상실한 에스토니아는 국가 존망에 대한 절박함이 누구보다 강했다.

 에스토니아는 국가 생존의 방법으로 거의 모든 규제를 폐지해 전자영주권 발급과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 화폐 발행 등의 방법으로 법인을 설립하는데 불과 20분이면 완료할 수 있을 정도로 개혁을 추진해 우리가 잘 아는 유니콘 기업(최소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혁신기업)도 다수 탄생했는데 인터넷통신회사 스카이프, 세계 최대 송금업체인 트런스퍼와이즈 등 다수의 혁신기업 출현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스카이프는 2006년에 이베이에 26억 달러(한화 약 3조)에 매각하면서 인터넷 강국인 e-스토니아의 위력을 세계에 과시했는데 이 같은 성공의 배경에 전국을 연결한 통신망과 IT교육, 규제개혁의 3박자가 결합한 모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포용과 절박함으로 재무장(Rearmament)

한국의 기업 환경보다 훨씬 척박한 에스토니아가 훌륭한 성과를 내며 세계 IT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과정은 한국 기업에도 많은 교훈이 되리라고 믿는다. 에스토니아는 전통적 기준으로는 군사력, 경제력, 시장규모, 인구 등 어느 하나 경제 규모를 갖추지 못하는 절박함에서 선택한 것은 스스로 개방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개혁과 규제완화가 만든 하나의 성공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유럽의 강국에서 IMF 구제금융의 국가 치욕을 규제개혁으로 극복하고 금융강국으로 우뚝 부상한 영국과 노조 개혁 및 공무원 개혁 성공으로 유럽 경제를 리드하는 독일, 프랑스는 물론 미국 역시 인건비와 노조 부담으로 외국에 나간 제조업이 본국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Reshoring으로 젊은이의 일자리가 넘치는 현상을 그저 부러워할 뿐이다.

 한국은 지금 경제적으로 상당한 슬럼프에 빠져 있으며 많은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은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諸子百家)처럼 마치 자신의 경제 정책만이 위기의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주장하는 목소리는 차고도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책 입안자와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의 생각을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추구하는 목표는 모두가 국민을 잘살게 하자는 같은 지향점을 향한 것으로 보이는데 방법론의 차이와 계파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토론회 및 국회청문회 등에서 서로의 다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이처럼 험난한 것은 아마도 계파 이기주의와 포용력 부족으로 본다면 우리도 어느 새 선진국병의 초입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에게 개혁을 위한 여유 시간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 추석에 즈음해 상호 존중과 포용의 마음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절박한 과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세계 최빈국의 절박함을 통해 1970~80년대 세계적 경제 부흥국가로 자리매김한 바와 같이 지금의 한국에 필요한 것은 초심의 절박함으로 신발끈을 다시 조일 때 미국, 중국, 영국을 능가하고 세계 IT 시장을 주도하는 혁신국가로 21세기 주도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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