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경기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과정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은 후보자를 사실상 탈락시키고 재단에 재추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재단 대표이사 공모에 등록해 면접까지 이른 대다수의 후보자는 문화예술계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높은 수준의 이력을 지닌 반면, 비슷한 시기에 신임 사장을 모집한 경기도문화의전당의 경우 문화예술계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26일 도와 재단 및 전당, 문화예술계 인사 등에 따르면 재단은 전 대표이사의 계약 만료에 따라 최근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공모에 들어갔다. 대표이사 1인을 뽑는 공모에 16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마쳤다. 16대 1의 경쟁률은 이전과 전전 대표이사 공모보다 높은 기록이다.

재단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16명의 후보자에 대해 서류심사를 거쳐 5명을 면접 대상 후보자로 압축했다. 5명의 후보자는 광역지자체에서 시민예술단체를 이끌며 해당 지역 문화재단 고위직을 지냈던 A씨, 광역지자체의 문화재단 대표를 역임한 B씨, 기초지자체 문화재단 현 대표인 C씨, 경기문화재단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D씨, 영화감독 E씨다.

이들은 다시 임추위의 면접 과정을 거쳤고, 이 가운데 A씨와 B씨가 경기도의 선택만을 남긴 최종 후보자로 지난 12일 선정됐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도는 추석 연휴 시작 전인 21일 "(재단에)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해 재추천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경기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으며, 도 관계자는 "인사권자가 인사권을 행사한 거다. 민선7기 방향과 부합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문화예술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거의 같은 시기에 진행된 전당 신임 사장 최종 후보자로는 기초지자체 문화재단 대표를 지냈던 F씨를 물리치고 이재명 지사의 후보시절 캠프에 몸담았던 인물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전당 사장 후보자들 또한 문화예술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많았는데, 다 떨어진 걸 보면 재단이 저렇게 된 건 일도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