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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실수로 우유 양동이 속에 빠진 개구리 세 마리를 떠올려 봅니다. 우선 ‘비관하는’ 개구리가 있습니다. 그곳에 양동이를 갖다 놓은 누군가를 원망하며 절망합니다. 늪지대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신세 한탄만 하다가 결국 죽고 맙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고액 연봉자들일수록 자신의 연봉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더 크고, 부자들의 ⅓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자신들이 덜 행복하다고 여긴다고 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상대적 비교’ 때문입니다. 평범한 사람들보다 여유 시간이 적은 것에 불만을 품고, 유명인사가 되다 보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없다고 여깁니다. 상대적 비교는 이렇게 불만과 불평을 자아내는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앞의 개구리 역시 같습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노래 부르는 친구들과 양동이 속에 빠진 자신을 비교하다 보니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 원망과 절망 속에서 죽어간 것입니다.

 두 번째 개구리는 아주 ‘똑똑한’ 개구리여서 양동이에서 탈출하기 위해 수학적으로 계산을 합니다. 얼마만큼의 힘을 주어 도약해야 양동이의 끝을 통과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고는 수없이 도약을 시도할 겁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다시 계산하고 다시 시도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 과정이 무척이나 고달프고 힘겨울 겁니다. 결국 체력이 소진돼 죽어갈 겁니다. 이 개구리는 우유 양동이에 빠졌다는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나기 위한 계산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자신이 처한 환경과 벗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벗이 되면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세 번째 개구리는 ‘긍정적인’ 개구리입니다. 이 개구리는 어떤 일을 당해도 그 일에서 의미를 찾는 개구리입니다. 그래서 일단 자신이 우유 양동이에 빠졌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이면 그때부터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를 여러 각도에서 모색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힘만으로는 벗어날 방법을 도무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때 문득 투명한 물속에서 헤엄치며 노래하는 것과 하얀 우유 속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이제 그는 노래하며 즐겁게 헤엄칩니다. 우유와 벗이 된 겁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우유는 크림이 됐고, 크림은 곧 버터가 돼 딱딱해졌습니다. 그때 개구리는 버터를 딛고 유유히 그곳에서 나옵니다. 똑같은 불행을 겪으면서도 어떤 생각으로 그 불행을 맞이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아무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그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찾게 되면, 그 상황과 벗이 될 수 있습니다. 그때 희망이 보입니다.

 2012년 4월 12일자 일간지에 장애를 딛고 미국 조지메이슨대학 교수 중에서 ‘최우수 지도상’을 받은 정유선 교수의 삶이 실렸습니다. 세 살 때 황달로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된 그는 말도 똑바로 못하고 또박또박 걷기도 힘들었지만 그를 지탱해준 것은 책이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해서 다른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국에서 고교를 마치고 미국에 가서는 공부에만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04년 뇌성마비 장애인 최초로 박사가 됐고 연구교수직 자리까지 얻었으며 특수교육 일환인 보조공학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강의는 일주일에 단 하루 2시간 30분이지만 그 강의를 위해 일주일 내내 강의 준비에 매달린다고 합니다. 그의 말입니다.

 "저도 사람인데 쉬고 싶고 놀고 싶지 않겠어요? 매일 매일이 저와의 싸움이에요. 하지만 신기한 것은 그 싸움에서 제가 이기면 제가 조금씩 성장해 있는 거예요. 그렇게 이 자리까지 왔어요. 세상에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장애라는 절망적인 현실을 이겨내고 멋지게 자신의 삶을 부활시킨 정유선 교수나 우유 양동이에 빠져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에서도 멋지게 살아남은 긍정적인 개구리 모두가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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