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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인천은 1981년 인구 100만 시대 직할시를 거쳐 1995년 인천광역시로 발전했고, 30여 년이 흐른 지금, 인구 300만의 대한민국 제3대 도시로 성장했다.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공간이기도 하다.

 나날이 급변하는 도시 인천의 변화는 경이로움과 신선한 충격도 주지만 개발에 밀려 부지불식간에 사라져 간 역사의 흔적들에 대한 아쉬움도 남기고 있다. 그 와중에 다행스러운 것은 광역화 된 인천의 빠른 변화 속에 사라져 가는 역사의 흔적들을 시사(市史) 편찬 작업만으로 다 포괄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10개 각 구(區)·군(郡)마다 지역의 역사적 연원을 밝히고 변모하는 현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듯이 통상적으로 시사는 10년을 단위로 증보·발간하고 있는데 광복 후 인천인의 손으로 정리된 최초의 시사가 1973년에 편찬되고 이후 4차에 걸쳐 시사 편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도시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기록으로 남겨야 할 문화자산들에 대한 관심과 정리가 절실하다. 중구는 인천항 개항으로부터 130여 년 역사를 2010년 ‘중구사’편찬으로 정리한 바 있고, 동구는 2019년 2월 출판을 목표로 현재 진행 중이다.

남동구의 경우 1988년 분구된 이후 ‘남동구 20년사’를 2010년 발간했고, ‘연수구사’는 2014년에 출판됐다. ‘서구사’는 2004년과 2014년 두 차례 걸쳐 편찬됐고 ‘계양구사’ 역시 2001년과 단행본으로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간행했다.

강화군은 이미 4~5차례 군사(郡史)를 편찬했으며 옹진군도 2010년 ‘옹진군지’를 편찬했는데 현재도 7개 면별로 섬 생활사를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향에서 군지(郡誌) 편찬이 진행되고 있다.

 남구는 특히, 인천 역사의 출발지라는 역사적 의미를 찾아 2018년 7월 ‘미추홀구’로 구명(區名)을 변경하고 미추홀구의 역사 편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평구 역시 1997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구사(區史)를 편찬했고, 2021년 3월 발간을 목표로 세 번째 편찬을 준비 중에 있다. 이러한 각 구·군에서의 역사편찬 작업은 인천 역사에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전근대에 있어 부평지역은 인천도호부와 별개의 읍치(邑治)였다. 부평의 지명은 삼국시대 주부토(主夫吐), 통일신라시대에는 장제(長堤)로 개칭됐고, 고려시대에는 수주, 안남, 계양, 길주, 부평(富平, 1310) 등으로 변천돼 왔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부평군이 폐지되고 부천군이 신설되면서 바뀌었다가 1940년 원래 부평도호부의 중심지였던 부천군 부내면이 인천부 부평출장소로 개칭되면서 다시 부평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1968년 구제(區制)실시에 따라 인천시 북구가 설치됐고, 1995년 인천광역시가 되면서 북구는 제1경인고속도로를 경계로 계양구와 부평구로 분구(分區)돼 오늘에 이르렀다.

 부평문화권의 역사문화유산은 부평, 계양구, 서구에 걸쳐 있고 현재 행정 구역상 원래 도읍지였던 계양구와 서구에 치중돼 나타나고 있지만 청동기시대의 주거지와 고인돌 등의 선사유적, 계양산성과 중심성을 비롯한 관방유적, 녹청자도요지와 각종 고분,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문화적 가치 또한 높은 것이 많다. 이들 역사문화유산을 통해 부평 일대가 행정 중심·읍치(邑治)의 공간, 국방상의 요지·교통 거점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동시에 정신적 지지 공간이자 전통문화의 보존 공간이었음도 찾아진다.

특히, 일본육군조병창, 미쯔비시 공장과 사택 등의 흔적은 부평지역이 근대 공업화의 생생한 현장이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러한 각 지자체의 역사편찬 사업을 통해 결국 인천사 전반의 역사적 특징과 역할이 각 구·군사에도 나타나고 있고 각 구·군사만이 가진 특수성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시각에서, 이것이야말로 인천 시사편찬에서의 소통과 협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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