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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대단하다, 우리나라’. 지난 봄 중국의 관영 CCTV가 제작한 다큐 영화 제목이다.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그 내용이 대략 짐작될 터. 중국의 자랑 일색이다. 지름 500m짜리 세계 최대 망원경 ‘톈옌(天眼)’, 홍콩과 광둥성 주하이(珠海)를 거쳐 마카오를 잇는 55㎞의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건설 같은 발전상을 자랑했다. 한마디로 시진핑의 전반기 집권 치적이 주내용이었다. 인민일보는 나흘 만에 300만 명이 관광했다며 홍보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칭화대 후안강 교수에게서 이론적 근거를 빌려왔다고 떠들썩했는데 칭화대 동문들이 "후 교수가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는 등 허튼 주장으로 국가 정책을 오도하고 국민을 현혹시켰으며 다른 나라의 경계심을 촉발했다"는 이유로 파면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총장에게 보냈다고 해서 또한 화제가 됐다. 중화 제일주의에 대한 지식사회의 논란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후 교수는 스스로 과시하고 있듯이 중국 지도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이 큰 학자다. 그의 ‘중국 굴기(堀起)’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건 시진핑 주석의 슬로건을 뒷받침했고 대표적 관방(官方)학자로 토사구팽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여기서 후 교수에 대한 파면 요구나 관방학자로서 손꼽히는 전력 등은 별 관심사가 아니다. 발전이라고 할 때 그 배경에 도사리고 있는 중국의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를, 무엇을 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강주아오 대교는 2009년부터 벌서 9년 동안 건설하고 있으나 기술적 문제, 예산 초과, 건설 현장의 재난 사고 등이 겹치면서 개통 예정이었던 지난해 12월보다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으나 시진핑 주석의 다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2030년까지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묶는 세계 최대의 경제 허브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주하이에서 홍콩까지 가는 기존의 소요 시간 3시간이 30분으로 줄어들 것이며 인근의 선전, 광저우까지 1일 생활권으로 바뀌어 거대한 경제 파워를 일구는 것은 중국몽(中國夢)과 맞닿아 있으며 반중국 성향을 보이는 홍콩의 여론을 잠재우기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다리(橋)’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들이 자국의 기술로 설계 완공한 첫 복층 대교는 1937년 첸탕강(錢塘江 : 항저우시를 가로질러 흐른다)에 세운 첸탕대교였다. 그해 11월 17일 전면 개통되면서 위층은 차량이, 아래층은 기차가 다니는 장관을 연출했으나 교량 밑에는 1백여 개가 넘는 폭약덩어리를 설치해야 했다. 상하이를 점령한 일본군의 항저우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첸탕대교는 폭파됐고, 9년 후에 복구됐다. 이런 연유로 첸탕대교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항일의 상징처럼 됐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의미에다가 외부의 도움을 받기 않고 자국의 순수한 기술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했던 것이다. 이후 중국에서 대교 건설은 지도자의 능력을 입증하는 주요 과업이 됐다.

특히 양쯔강의 대교들은 마오쩌둥의 권위와 업적을 대변하는 대표적 건조물이었다. 특히 1957년 개통된 우한의 창강대교는 ‘만리 창강 제1교’라 불리며 기록됐다. 1968년 중국 기술로 만든 난징의 창강 대교는 냉전시대 중국인들에게 기술적 자부심을 심어 줬다. 장쩌민 전 주석의 다리는 샤먼대교라고 할 수 있다.

 첫 해상교량으로 1991년 개통돼 푸젠성 지메이와 샤먼 섬을 연결하는 샤면 경제 발전의 일등공신처럼 선전됐다. 장쩌민은 대표 현판을 친필로 썼고 개통식에 직접 참석해 테이프를 끊기도 했다. 경제특구 샤먼의 개혁·개방 성과를 과시하면서 샤먼 경제발전의 가속화를 담보하는 기념비적 의미를 강조했던 것이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며 국력의 차이를 절감하고 있다. 후 교수가 ‘중국의 경제 실력, 과학기술은 물론 종합 국력에서 미국을 이미 앞질렀다’고 호언장담한 것은 통계와 자료를 왜곡했거나 권력에 아부하기 위한 엉터리 곡학아세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오만이 한 대학 교수의 탓으로 치부하고 끝날 수 있을까? ‘대단하다, 우리나라’는 중국만의 문제일까? 우리 대한민국은? 의문이 겹치는 오늘이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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