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인천시 동구 추억극장 ‘미림’을 찾은 노인들이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27일 인천시 동구 ‘추억극장 미림’을 찾은 노인들이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이 극장은 예전 상영작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야. 인천에서는 노인들에게 둘도 없는 쉼터이자 문화시설이지. 그런 만큼 오래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커."

 젊은 시절 영화를 좋아했던 김영주(71·가명)할아버지에게 ‘추억극장 미림’은 선물과도 같다. 이제는 고인이 된 옛 배우들의 연기를 다시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데다, 이곳에서 만난 다른 노인들과 잠시나마 영화 얘기도 나눌 수 있어서다.

 이처럼 인천지역 노인들에게 큰 기쁨을 주던 인천 유일의 실버영화관인 미림극장이 또다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수년째 이어진 운영난으로 당장 내년 초에는 인건비와 사업비 등 지원도 끊길 판이다.

 미림극장은 2013년 추억극장으로 재개관해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항상 재정난을 겪어야 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동구에서 인건비와 사업비를 일부 지원받았지만, 사회적 기업의 인증 연차가 오래될수록 지원비율은 줄어드는 만큼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밀린 임대료를 해결하느라 건물 임대보증금은 바닥난 지 오래다. 자구책으로 2016년부터 각종 문화예술사업에 공모해 사업비를 지원받았지만 이마저도 올해부터는 어렵게 됐다. 사회적 기업 운영기간이 끝나는 내년 초면 그나마 받던 인건비와 사업비도 아예 지원받을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시는 지원 근거가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노인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노인복지과와 문화예술과 등 관련 부서는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서울 허리우드극장이 서울시에서 노인문화사업비 1억 원을 따로 지원받아 영화 판권료 등을 충당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미림극장 관계자는 "보통 지역 기업들이 영화표를 많이 구매해 노인들에게 기부하는 등 후원하는 일도 많지만 그동안 인천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시마저도 2015년 미림극장 지원협약을 맺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관심이 적었는데, 이제라도 노인들의 유일한 영화관을 지키기 위해 함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노인 여가시설은 관련법에 따라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으로 한정돼 미림극장이 포함되지 않고, 영화관으로 지원하려고 해도 시 소유가 아닌 개인 건물에 들어선 시설이라 어렵다"며 "시가 특별히 미림극장을 지원하거나 후원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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