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예산정보 무단 유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심 의원이 재정분석시스템 자료를 통해 입수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연일 공개하며 공세를 높이자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며 해명과 반박에 나서는 등 업무추진비 논란이 진실공방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사건은 심 의원실이 한국재정정보원의 디지털 재정분석 시스템에 접속해 대통령비서실 등 30여 개 기관의 예산 정보 47만 건을 불법적으로 내려 받아 유출했다며 기획재정부가 심 의원의 보좌진 3명을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지난 17일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인가 받은 ID로 접속해 카드사용 내역 등 비인가 정보까지 빼갔는 데 의도적인 불법행위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심 의원은 18일 청와대와 장·차관 업무추진비 사용에서 불법성을 확인했다며 폭로전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추석 연휴 전날인 21일 심 의원실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27일에는 심 의원에 대해서도 예산정보 불법 유출 혐의로 고발했다. 심 의원은 맞고소와 폭로전으로 반격에 나서게 되고 한국당은 여당, 정부, 청와대가 터무니없는 대처로 야당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며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한국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을 결의한 데 이어 28일에는 의원들이 대검찰청과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는 등 전면전을 선포했다.

 여당인 민주당 역시 한국당의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하며 청와대와 정부를 호위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정당한 법 집행일 뿐인데 한국당이 의도적으로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문제가 표면화된 만큼 사안의 본질과 책임을 따져 하루빨리 소모적 논란을 끝내야 할 것이다. 폭로한 내용의 사실 여부와 자료 취득의 불법성 여부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자료 취득의 불법성 여부는 사법적 판단에 맡기면 될 것이다. 검찰은 공정한 수사로 비인가 정보 유출 과정과 공개에 대한 불법 여부를 신속히 밝혀야 한다.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 및 규정을 둘러싼 논란 또한 보다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보완할 점이나 개선 사안들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심 의원과 한국당, 정부와 민주당도 더 이상 정치 공방을 멈춰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