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민화(民畵) 전문 화랑이라 할 수 있는 갤러리가 지난 29일 포천시 어룡2리 왕방산 기슭에 ‘Gallery 향원재(香遠齋)’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현재는 민화를 중심으로 잘 알려진 작가들의 초대전과 기계식 물레가 아닌 손으로 일일이 깎아 민화를 문양으로 그린 안호경 작가의 손그릇 도자 상설전이 열리고 있다.

민화는 조선후기에 성행했던 전통그림으로, 조상들이 가족의 건강과 복(福)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집 안에 장식했던 기복화(祈福畵)이기 때문에 장소와 때에 따라 거는 그림이 달랐다.

대문에는 용과 호랑이의 그림(龍虎圖)을 문배(門排)로 붙여 나뿐 기운이 집 안에 들지 못하도록 단속했다. 혼례식에는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병풍이나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린 화조도로 새로이 시작하는 젊은 부부를 축원했다.

회갑연 때나 연로한 부모의 방에는 십장생을 장식해 부모의 강녕과 장수를 기원하고, 안방에는 모란도 병풍이나 화조도를 장식해 부부 금실과 집 안의 부귀영화를, 사랑방과 공부하는 아들의 공부방에는 유교의 기본적 가르침인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를 강조하는 문자도(文字圖)와 책걸이를 장식해 열심히 글을 읽어 과거 급제를 기원하고, 씨가 많은 과일과 포도문을 그려 대대손손 집안의 번성을 염원했다.

민화는 우리네 일상생활 공간 곳곳에 놓여 당시 서민들이 소망하는 바를 기원한 그림으로, 우리 조상의 따스한 감성이 담겨 있다. 한국전쟁과 사회의 급격한 서구화로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1970년대 들어서 조금씩 되살아나 지금은 민화 연구자를 포함, 그리는 사람만 20만 명이 넘는다고 할 정도로 대유행하고 있다.

요즘 한류 바람을 타고 구찌와 같은 전 세계적 유명 부티크에서도 현대작가의 민화를 구입, 매장을 디스플레이할 만큼 전통으로서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갤러리 향원재는 다양한 계층의 작가들에게 전시공간 제공과 민화 그리기 특강, 포천시민들을 위한 동네 콘서트 등의 음악회, 공연 등 문화활동을 통해 포천지역 예술문화 활성화에 작은 역할을 하고 있다.

포천=박덕준 기자 pdj3015@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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