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 훌륭하신 과장님들 당연하듯 매일 직원들 돈(식권)으로 식사하시는데 원래 그런가요?"

인천시 공직사회에서 중식순번제를 뜯어고치겠다는 박남춘 시장의 약속이 공언(空言)에 그쳤다.

박 시장은 지난 6월 인수위원회에서 하위직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간부 공무원과 점심을 같이 먹는 관행에 대해 지침을 내리겠다고 했다.

박 시장 취임 100일을 일주일 가량 앞둔 30일 팀별로 돌아가며 국·과장님을 ‘모시는(?)’ 관행은 여전했다.

‘0월 과장님 오찬 지정’, ‘0월 식사지킴이’ 등 표현은 달리했지만 부서를 망론하고 다수의 사무실에서 중식 당번표를 볼 수 있다. 방식도 바뀌지 않았다. 실·과 단위에서 3~4팀이 돌아가며 과장과 식사를 하고 한 달에 한 차례 정도는 국장과 식사를 한다. 그나마 비용부담 방식은 번갈아 가며 사는 쪽으로 대부분 완화됐다.

앞서 간부 공무원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수 차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달 걷는 팀비로 직원들이 식사를 한 번 대접하고 나면 다음 번에는 국·과장이 결제하는 식이 많다. 과장이 직접 구입한 식권으로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간부 공무원이 식사비를 내는 빈도가 적거나 거의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일부 남아있다는 것이다.

복리후생비 중 10만 원을 모아 중식비로 사용하는 A과에서는 직원들이 수차례 밥을 사야 과장이 한 번 식대를 낼까 말까이다. 직원들이 낼 때는 사비를 사용하지만 일부 간부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지난 9월 시 내부망에서는 그 일부 간부에 대한 질타와 개선요구가 재점화 되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세상이 달라져 자기 밥값은 자기가 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밥 한 끼도 1년이면 168만 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시의 한 직원은 "간부들이 직원들의 생각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식사자리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도 많은 하위직 공무원들이 중식순번제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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