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동수원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일부 시민들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타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30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동수원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일부 시민들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타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지난 28일 오후 1시께 수원시 세류동 수원천 내 자전거도로. 행정안전부가 자전거 운행 시 탑승자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총길이 5.6㎞ 수원천 자전거도로에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60대 중반의 한 자전거 운전자는 자전거에 10㎏들이 쌀을 싣고 힘겹게 운전해 당장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지만 헬멧은 착용하지 않았다.

다른 시·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울까지 자전거길이 연결돼 있는 안양천 주변에도 자전거 동호회원들을 제외하면 일반 시민들은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자전거도로를 누볐다. 일부 자전거 이용객들이 빠르게 달리다가 속력을 줄이지 못해 서로 부딪칠 뻔한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곳 자전거도로 어디에서도 헬멧 착용을 교육하고 미착용자에게 계도를 진행하는 공무원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탄 김모(25·대학생)씨는 "가까운 거리에 나갈 때 자전거 헬멧을 갖고 다니면 불편한데 누가 쓰고 다니냐"며 "가뜩이나 정부가 안 쓴 사람에 대해 처벌도 하지 않는 등 강력한 추진 의지도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행안부가 자전거 탑승자들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첫날 경기도내 주요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 헬멧을 착용한 시민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전거 이용객과 시민들은 "정부가 자전거 헬멧 미착용 시 처벌규정도 만들어 놓지 않았는데 굳이 이를 지킬 필요가 있느냐"며 정부의 느슨한 실천 의지를 꼬집었다.

행안부는 이날부터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는 자전거 탑승 시 의무적으로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는 훈시 규정으로 경찰과 지자체는 자전거 헬멧 미착용자 단속 및 처벌 과정 없이 홍보 및 계도활동만 진행한다. 이로 인해 시행 첫날부터 상당수 시민들이 헬멧을 쓰지 않아 법 제정에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도입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자전거 운전자 연령이나 거주지에 따라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 대상은 미착용 시 처벌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전거 이용장소 및 시간을 고려해 구체적 처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원대학교 이석민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획일적으로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할 게 아니라 장시간 이용자의 경우 오랜 탑승시간으로 사고 위험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헬멧 미착용으로 인한 벌칙을 부과하는 등 세부적 착용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자전거 탑승 시 헬멧 착용에 대한 시민 안전의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해 법안을 개정했다"며 "추후 의식 개선 수준에 따라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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