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도 농협구미교육원 교수.jpg
▲ 박상도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오늘날 인구 성장이 정체되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면서 물 관리 정책에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와 같이 언젠가는 고갈될 재생 불가능한 자원은 아니지만 그 위기감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자원이 바로 수자원이다. 그 이유는 지구상에서 인간에 생존에 필요한 물의 공급이 한정돼 있다는 인식과 함께 지역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한편 물의 이용을 둘러싼 국가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의 ‘수자원 이니셔티브 보고서’에 의하면, 물의 수요가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에서 물 가격이 낮게 형성됨에 따라 물이 남용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으로 전 세계 많은 지역은 수자원 부도 상태에 직면할 것을 경고했다. 이러한 경고와 함께 이제는 1970년대에 경험했던 석유파동이 아니라 물 파동(Water shock)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에 포함된 우리나라는 강수량만 따진다면 물 부족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물의 소비와 낭비가 심하고 또 너무 많은 물을 그냥 바다로 흘려보내면서 매년 국지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가 온통 물로 뒤덮여 있는데도 물 부족 또는 수자원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 가운데 97.47%가 염수(소금물)이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담수(민물)비중은 겨우 2.5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과 식량은 둘 다 생존에 필수 품목이다. UN 발표에 의하면 ‘현재 세계 인구의 ¼이 심각한 물 분쟁 지역에 살고 있고, 2½이 하나의 강을 여러 국가와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도 물이 마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물 부족국가이자 물 수입 국가이다. 게다가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도심 속의 콘크리트 때문에 비가 내려도 75~85% 이상이 하수로 쓸려 내려가고 지층으로 침투되는 물은 겨우 10%, 심층까지 침투되는 물은 5%에 불과하다. 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작은 하천들이 갈수기와 홍수기에 상관없이 물이 늘 말라버리는 건천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도시의 바닥 전체를 콘크리트로 깔지 않고 틈새가 있는 보도블록을 깔아서 빗물이 자연스럽게 지하수층까지 침투하도록 하고, 도시 곳곳에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녹지를 만들었다. 인공습지를 만들고, 도시를 흐르는 하천 옆에 자연형 저수지를 만들어 빗물을 저장했다가 하천의 물이 부족해질 경우 저수지 수문을 열어 하천으로 흘려보냄으로써 하천이 마르는 것을 막는 등의 노력을 통해 효과적인 물의 순환체계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물과 식량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사례처럼 농업을 보호하고 농업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 이유는 논과 밭은 식량생산이라는 고유의 역할 외에도 부수적으로 환경을 유지·보호하는 홍수조절, 수자원 함양, 대기정화, 수질정화, 토양보전 등 다원적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발표 자료에 의하면, 이를 경제가치로 환산하였을 때 연간 논은 56조3천994억 원, 밭은 11조2천638억 원으로 합하면 67조6천632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농업·농촌의 중요성과 공익적 가치는 국가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

 또한 농업은 홍수 때에는 논둑에 물을 가둬 홍수를 예방하고 평상시에는 지하수를 함양하고 물과 대기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무보수로 수행하고 있는 농산업이다.

 따라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농업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 등 국가 전체의 공익 증대를 위한 것이므로, 국민의 삶을 규정하는 최고 규범인 헌법에서 이에 대한 가치를 보장하고 농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수자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