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유통업계가 지난달 28일부터 ‘코리아세일 페스타’에 돌입했다. 대규모 세일행사를 통해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고, 쇼핑·관광·문화·축제 등 전 영역에 걸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쇼핑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로 출발한 지 올해로 3년이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행사에 참여한 업체 수를 보면 341개 사(27일 기준)로 오히려 전년의 446개 사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다. 얼어붙은 내수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고, 절벽에 몰린 중소기업에 디딤돌이 되어줄 수도 있을 소중한 기회가 속절없이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광군제(Single’s Day, 光棍節)가 중국을 대표하는 쇼핑축제로 발돋움한 건 2009년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라"는 참신한 광고와 함께 최고 70%의 할인 이벤트를 펼치면서 시작됐다. 이후 많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속속 동참했고, 외국의 판매자와 소비자까지 몰려들며 세계적인 쇼핑축제로 떠올랐다. 광군제는 해마다 신기록을 쏟아내며 세계적인 할인행사로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매출의 66% 정도를 차지하는 알리바바는 2009년 87억 원에서 작년 기준 28조3천억 원으로 무려 3천250배나 증가했다. 성공 비결은 ‘파격적인 할인’과 ‘기업 및 제품의 다원화·다양화’다. 알리바바의 경우 50% 할인은 기본이고, 90%까지 할인해주는 품목이 적지 않다. 최근엔 모바일 쇼핑이 대세인 점에 주목해 20~30대가 선호하는 IT제품, 캐주얼 의류, 화장품 등을 주력상품으로 배치한다.

 이처럼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마케팅 덕분에 전 세계의 수백만 브랜드가 쇼핑몰에 참여하고, 이들은 다시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팔려 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번 코리아세일 페스타에 참여한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할인율은 대략 30~40% 수준이다. 심지어 10% 할인율을 홍보하는 곳도 눈에 많이 띈다. 정부의 형식적인 준비와 업계의 수동적 자세로 ‘이름값조차 못하는 행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행히도(?) 백화점 세일 기간과 맞물려 결과치는 높게 포장될 가능성이 크다. 자기 역할을 못찾고 헤매는 정부의 모습이 그저 애처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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