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시간이 흐른 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겠지만 이번 방미의 가장 큰 성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FTA 개정 협정문 서명’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 무역 강국들이 미국과 치열한 통상 분쟁을 치르는 일촉즉발의 시기에 ‘가장 먼저 타결된 공식적인 쌍방 무역협정’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잠시 일고 지는 파도가 아님이 여러 사례를 통해 속속 입증되는 상황에서 우리 협상팀이 신속하게 대응하며, 현 수출 품목의 손실을 최소화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 특히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일관되게 ‘미국의 경제, 국방 분야에 피해를 주는 비호감 1위 국가로 한국을 거론해온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극적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국회는 이번 한미 FTA 개정안이 신속히 발효될 수 있도록 심의·의결 과정에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다.

 도처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0.3% p나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2.8%로 낮췄다. 1천5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기업·산업·고용구조 간 양극화,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와 그에 따른 한국경제 황폐화 등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위기의 전조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설상가상 정책의 실패로 인한 고용 참사까지 새로운 위기가 돼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위기보다 심대하고 복잡한 건 단연 미·중 간 무역전쟁일 것이다. 미국은 지난 24일에도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5천745개 품목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써 미국은 전체 중국 수입 물량의 절반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무역 장벽을 구축했다. 내년 1월 1일에는 이 관세율도 더 높이겠다고 한다. 물론 중국도 맞서고는 있다. 하지만 패색이 역력해 보인다. 결국 이러면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거나 중국 내에서 소비재를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해온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게 바로 이런 상황이다. 이럴 땐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리쇼어링(제조업체 회귀)정책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