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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현 안양소방서 소방장
날씨가 선선해지면 소방관서는 매우 바빠진다. 소방관의 일상이란 항상 긴장 속에서 언제 출동할지 모르는 대기 근무의 연속이며, 잦은 출동은 소방관들에게 심신의 피로를 누적시키고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소방관의 심신 피로도는 사선을 넘나드는 일상에서 집중력을 떨어뜨려 잦은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또한 소방기본법의 목적인 "화재를 예방·경계하거나 진압하고 화재, 재난·재해, 그 밖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 활동 등을 통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공공의 안녕 및 질서 유지와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입법 정신을 온전히 수행하는데 장애가 된다.

 소방관의 건강이 곧 화마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각종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공포감을 느끼고 이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해결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소방청 등에서도 정기적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소방관의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소방관들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적절히 치료 받지 못하고 있다.

 바쁜 근무로 인한 시간적 여유가 없고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 부족, 내부 시선 및 노출에 대한 부담감 등 정책 효과에 대한 불신과 경직된 조직문화도 소방관의 치료 기피 이유로 꼽힌다. 이처럼 소방관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치료를 위해 치료 병원을 찾아가고 특정 장소로 이동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을 탈피, 일상 생활 장소를 치유 공간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제안해 본다.

 안양소방서는 대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회복을 위해 생활공간인 소방서 복도를 미술관으로 개관, 정기적인 예술작품 전시와 각종 문화공연을 열어 대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프로 사진작가의 사진전을 시작으로 개관한 안양소방서 복도 미술관 ‘공감’은 사진, 그림, 생활소품 등을 전시해 딱딱한 근무 환경에서 벗어나 포근한 조명과 작품을 통해 대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딱딱했던 직무교육을 대신해 ‘컬처 앤 위크’라는 주제로 북콘서트, 직장문화 배달(마당극 공연),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매달 다른 주제의 공연을 소방서에서 열어 정형화된 외상 후 스트레스 예방 교육이 아닌 직원 중심의 치유 방안을 시행 중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가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이라는 인식보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으로, 치료가 아닌 치유의 마음으로 우리 주변에서부터 치유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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