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이 갖는 고유한 감정인 남녀 간 사랑을 기반으로 벌어지는 데이트폭력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빌미로 연인에게 가하는 언어 및 정서, 물리적 폭력은 개인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도내 데이트폭력의 실태와 원인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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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 폭력. /사진 = 연합뉴스
지난 4월 1일 화성시에서 30대 남성이 여자친구가 다니는 회사 기숙사에 몰래 침입, 살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만난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재판에 기소된 가해 남성은 살인 등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7월 27일 남양주시 별내면에서도 30대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해 뇌사에 빠뜨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웃에 비명소리가 들릴 정도로 폭행을 당한 여성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열흘 만에 끝내 숨졌다.

이처럼 경기도내에서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데이트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6월 발표한 ‘경기도 데이트폭력 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도내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4천747건으로, 전국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 1만4천136건의 33.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이 기간 경기남부권 시·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3건981건이고, 경기북부는 766건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 중 구속 처리된 경우도 91명에 달했다. 가해자 연령대는 경기남부와 북부 전부 20대가 가장 많고 30대, 40대, 50대, 10대, 60대 이상 순을 보였다. 사회 전반에 걸쳐 모든 연령대에서 고루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연애 당사자들이 데이트폭력을 심각한 사태로 인식하지 않고 사랑 싸움이나 데이트 행동의 일부로 치부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피해여성들이 반복적인 폭력에 노출된 끝에 심각한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범죄유형별로 보면 2017년 말 기준 도내 데이트폭력으로 발생한 사건은 폭행·상해(1천951건)가 가장 많으며 경범 등 기타(367건), 체포·감금·협박(286건), 살인(미수 포함 22건), 성폭력(21건)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데이트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면서 관련 신고도 늘고 발생 유형도 다양해졌다"며 "하지만 이성관계라는 특수관계에 놓여 있다 보니 양측이 화해한 뒤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고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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