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가 허도를 떠나 유비를 찾아가는 천리독행 당시의 일이다. 장비는 그 무렵 고성 하나를 차지하고 부하들을 모으면서 지내고 있는데 때마침 관우가 이 소식을 듣고 찾아가 "형수님을 모시고 왔으니 마중나오라"고 전갈을 보냈다. 장비는 그동안 관우의 허도 생활을 오해하고 있었는지라 장팔사모를 꼰아쥐고 달려 나와 호통을 쳤다. "충신은 죽을지언정 치욕스런 짓거리는 해서 안 되며, 대장부가 어찌 두 임금을 섬겨할 이유가 있단 말이냐(大丈夫豈有二君之理). 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노라."

 나중 오해가 풀렸으나 영사불욕은 장비의 진심을 넘어 후세에도 널리 쓰이는 말이 되었다. 명예를 지키는 인간의 진심을 대변하는 용어가 된 것이다.

 오늘날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우리가 어디 한둘인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어제의 약속을 이튿날이면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풍조는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닌 일상화된 지 오래다. 머잖아 정계 개편이라는 회오리가 불어 닥칠 것이다. 누가 영사불욕의 정신을 지키는지 똑똑히 봐둬야 할 것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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