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인계동 인도에 떨어진 은행 열매 박종현 기자
▲ 수원 인계동 인도에 떨어진 은행 열매. 박종현 기자
경기도내 일선 시·군에 가로수로 심어 놓은 은행나무의 열매가 가을만 되면 길거리 곳곳에 떨어지면서 심한 악취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으나 해당 자치단체들은 뾰족한 대책을 마련치 못해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일 도와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도내에 심어진 가로수는 103만7천665주에 달한다. 이 중 은행나무는 전체 가로수의 18.6%인 19만3천915주로, 열매를 생산하는 암은행나무는 5만5천785주이다.

은행나무는 공기정화 기능이 뛰어나고 병충해에 강해 가로수로 심어졌지만 암은행나무들은 가을만 되면 열매를 떨어뜨려 시민들에게 악취 피해를 주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수원시 인계동 한 버스정류장 앞 인도상에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가 역한 냄새가 풍겨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류장 한편에는 껍질이 부서진 은행 열매들이 즐비, 고약한 냄새를 내뿜고 있었다. 한 시민은 은행을 밟지 않기 위해 정류장에서 떨어져 서 있다 기다리던 버스를 놓치기도 했다.

노인들은 악취 때문에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지 못하고 멀찍이 서 있어야 했다. 심지어 버스가 정차하는 도로에도 은행 열매가 떨어져 있어 차량이 지나다닐 때마다 은행이 으깨져 악취가 진동했다.

대학생 최모(23·여)씨는 "걸어다닐 때마다 은행 냄새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며 "수종을 교체하든지 떨어진 열매를 제대로 치워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 성남시 분당구의 한 인도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도에 은행 열매들이 방치돼 있어 자전거를 타던 한 중학생은 열매를 피해 주행하다 보행자와 부딪칠 뻔하기도 했다.

인도를 지나다니는 오토바이들이 떨어진 은행 열매를 밟으면서 악취의 근원인 열매 과육을 흩뿌렸다. 열매를 터는 기간제 근로자나 떨어진 열매를 치우는 청소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내 각 지자체들은 지난 9월부터 동력 과실 수확기 등을 이용해 은행 열매를 터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일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은행 열매를 털기 수월한 시기가 열매가 떨어지는 시기와 겹쳐 있어 미리 털어 놓기도 어렵다"며 "인력이 부족해 민원이 들어오거나 학교 및 백화점, 대형 마트 등 통행이 많은 곳 위주로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재 민원이 많아 은행나무 수종을 교체하길 바라는 지자체들에게 교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각 지자체들이 재정 상황에 맞춰 고용인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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