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가로질러
에른스트 페터 피셔 / 해나무 /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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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밤이란 무엇일까. 독일의 유명한 과학사가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밤을 가로질러」는 과학·문학·역사·철학을 관통하며 밤의 의미를 깊이 있게 사색하는 교양인문서다. 저자는 잠, 꿈, 사랑, 욕망, 악, 어둠 등 밤의 여러 측면과 삶의 어두운 면을 우아하면서도 격조 높은 문체로 그려낸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낮이 아니라 밤이다. 악이나 욕망 같이 인간에게 어둠으로 인식되는 것까지도 포괄적으로 다룬다. 밤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저 먼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현대 도시에 나타난 밤의 종말까지 다루고, 문학·과학·역사·철학을 종횡무진하면서 밤의 흔적, 밤의 욕망, 밤의 아름다움, 밤의 위대함을 보여 준다.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과학적으로 봤을 때의 밤이다. 단순하게 보면 밤은 지구의 그림자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왜 밤하늘이 하얗지 않고 온통 어두운지,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과연 무엇인지 등의 질문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밤하늘이 온통 어두운 것은 그 자체로 인류에게 우주가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 줬으며, 우주가 무한하다는 인간의 우주상(想)에 균열을 일으켰다. 더 나아가 우주의 크기가 유한하다면 우주의 끝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와 같은 또 다른 질문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러면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밤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대니얼 워커나 로저 에커치와 같은 역사가들의 논평뿐 아니라 셰익스피어나 괴테의 문학작품을 폭넓게 인용해 가면서 밤에 대한 두려움, 욕망이 뒤엉킨 사랑, 도시와 궁전에서의 밤문화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풍부하게 그려낸다. 포근하고 황홀하고, 달콤한 밤 측면뿐 아니라 외롭고 은밀하고 방탕한 밤 측면도 들춰 내는 게 특징이다.

 저자가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밤은 ‘인간 속의 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악의 싹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깃들어 있다.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이 지닌 이중성이다. 인간의 도덕이 친구와 적을 구분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인간의 도덕은 오로지 그것의 그림자(밤 측면)와 짝을 이뤄야만 존립할 수 있고 이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친구에게는 우호적이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하게 구는 도덕의 이중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 「밤을 가로질러」는 창조적인 밤의 면모와 함께 삶의 기쁨과 풍요로움은 밤의 어둠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는 사실을 밝힌다. 의심의 여지 없이 빛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둠이 있어야 하고, 인간은 낮과 밤 모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이 책을 끝맺는다. ‘삶은 밤을 통해 가치를 얻는다.’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
 원유 / 21세기북스 / 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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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차 일간지 기자이자 10년차 워킹맘인 저자. 어느 날 회사 단톡방에서 운명의 그 이름을 맞닥뜨린다. 그건 바로 ‘강다니엘’. 원체 호기심이 많은 데다 기자라는 직업정신이 발동해 본격 조사(?)에 돌입하게 되는데….

 현역 아이돌도 아니고 그저 연습생일 뿐인데 실검 상위권을 장악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저자는 강다니엘에게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르는 말)을 하게 된다.

 언니와 형부는 그녀의 아이돌 덕질을 존중은 하지만 탐탁지 않아 한다.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생산적 덕질’을 해야 무엇인가 얻을 수 있는데 아이돌 덕질은 그저 시간 때우기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저자는 무슨 행동을 할 때 꼭 생산적이어야만 할까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덕질을 통해 자신의 생산적인 활동을 잠시나마 멈추고 싶다고.

 ‘아이돌 덕질의 이유는 그의 무대 위 열정이, 그의 티 없는 웃음이 마냥 부러웠던 까닭이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동경의 의미도 된다. 내가 갈구한 것은 어쩌면 워너원의 그 뜨거운 열정, 그 청량한 청춘이었던 듯하다. 그래도 아직은 청춘이라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워너원, 그리고 강다니엘처럼.’

밤을 사랑한 화가, 반 고흐
박우찬 / 소울키즈 /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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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화가’로 불리는 반 고흐. 하지만 그가 남긴 그림 중 밤에 관한 그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지금까지 나왔던 고흐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면 주로 태양의 화가라고 칭하며 그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고흐의 명작들 속에는 태양이 사라진 후의 시간들을 그린 그림이 많다. 유명한 걸작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의 카페테라스’ 외에도 고흐는 수많은 밤과 어둠을 화폭에 담았다.

 왜 고흐는 밤에 깨어 있었을까. 잠 못 이루는 밤 카페테라스에서 고흐는 무엇을 했을까. 과연 밤의 무엇이 고흐를 뒤척이게 했을까. 그리고 밤을 지새우며 뜬눈으로 그가 꾼 꿈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이제껏 아무도 묻지 않았던 이 작은 물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흐의 밤의 명작 수백 점을 만날 수 있다. 고흐와 함께 카스퍼 프리드리히, 에드바르트 뭉크, 앙리 루소, 신윤복, 안도 히로시게, 김성호 등 밤그림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지역·시대·문화를 뛰어넘는 다양한 밤의 풍경도 감상해 볼 수 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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