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jpg
▲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서울과 인천의 지나온 역사가 사뭇 다르듯이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생성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갖게 마련이다. 더욱이 인천과 수도권 이외 내륙 도시와 비교하면 그 차별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간 중앙 위주의 역사관은 일반적 보편성을 담보해서 획일적으로 편제하고 지방 고유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간과했던 측면이 강했다. 전근대 지역의 실록(實錄)이라 할 수 있는 읍지(邑誌)들을 보면 대개가 국가 권력의 지방 통치책과 맞물려 있어 대개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 정보인 지리, 인구 등 수세(收稅)를 위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식민통치에 필요한 자료 조사집 수준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99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많은 시사(市史), 도사(道史), 군사(郡史) 등이 편찬됐다.

 편찬 예산과 관련한 것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대체로 관(官)이 주최가 되고 학계와 향토사학자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추진됐다. 모두가 지역의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지만, ‘지역학’에 대한 열기가 충만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사 또는 민족사 연구의 일환으로 시도되기도 했다. 초기에는 지역 자료의 수집과 조사가 미처 선행되지 못한 상태였고 또 지역을 연구하는 전문 집단이 배출되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높아진 민의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지역사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중앙에서 보는 인천 역사에 대한 시각은 그저 항구도시, 산업도시, 서울의 외곽으로서 인천일 뿐이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에 있어서도 한국의 역사는 인천 제물포에서 조인됐다고 할 뿐 더 이상의 관심이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조약의 체결지가 어디였느냐를 놓고 근 50년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입증해 내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지역의 학술적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였고 전문인력의 양성을 등한시했던 것도 한몫했지만 그래도 기존의 중앙 중심의 역사 이해를 지역사로 전환케하는 쾌거였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21세기 지방화시대에 걸맞은 지역사 연구 방향은 차별화 속에 독창성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강단에서의 역사뿐만 아니라 향토 곳곳의 역사가와 함께 상호 보완작용을 했을 때 더 큰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홍보해서 애향심을 갖게 하고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양산해서 새롭게 각인시켜야 하며, 거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시정(市政)에 반영돼 지역적 특성을 홍보해야 한다.

 예로서, 개항장 둘레길 조성과 달동네박물관, 한국이민사박물관 설립 등에서도 봤듯이 거의 대부분이 인천의 역사를 매개로 하는 문화 환경 시설들이다. 우리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역사가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상품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인천역사 연구가 곧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인천시사편찬위원회는 자료 수집과 시사편찬을 위해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집대성하는 자문과 집행기구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단지 2명의 전문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100여 권이 넘는 지역서를 지역의 대학교수와 강사들 그리고 향토사가들과 함께 편찬했다. 지역사 연구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조직이나 연구기관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기관이나 지자체가 수집한 자료와 향토도서관, 박물관 등이 수집한 자료들을 공유하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인천광역시로 승격한 지 20년이 넘었고 인구도 300만 시대가 됐다. 여기에 인천의 지정학적 요인은 이제 인천을 남북학술교류 및 평화사업 구축을 위해 강화와 개성을 매개로 하는 서해평화와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주도적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의 시점에서 인천의 정체성과 가치를 집대성하는 시사편찬기관이 역사 인문 분야에 독립적인 기구로 탄생할 수 있게 시(市)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명실상부한 ‘새로운 인천의 시작’이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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