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jpg
▲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제10회 아시아 경제공동체포럼(Asia Economic Community Forum)이 11월 1∼2일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다. 금년의 주제는 ‘북한 비핵화와 아시아공동체: 통일, 통합 및 융합’이다. 아시아 경제공동체포럼은 ‘인천을 아시아의 브뤼셀’이라는 표어하에 지난 2009년부터 인천에서 개최돼 온 국제포럼이다. 금년도 주제가 북한 비핵화와 아시아공동체인 것은 올해 들어 급변하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고려해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논의가 아시아공동체에 어떤 함의가 있는가를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6월 12일 1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때만 해도 비핵화 담판이 이뤄져 한반도에 지각변동이 곧 임박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지만 이후 북미 간에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비관론이 커진 상황이다.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선언이 채택된 이후 다시 비핵화 협상의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공식화된 상황이다.

 현재는 종전선언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의 교환을 두고 실무접촉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과 달리 최근의 발언을 보면 단기간 내의 일괄타결보다는 단계적 접근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하다고 하면서도 그토록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이 약속을 불이행하면 종전선언을 다시 번복할 수도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측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종전선언이 채택되고 나면 하루아침에 북한에 대해 전쟁 불사를 외치고 선제타격을 시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지난해처럼 미국이 전쟁불사하면서 선제타격을 준비하는 상황이 다시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년만 해도 김정은과 3번에 걸친 정상회담을 가졌고 지난번에는 평양시민을 상대로 대중연설도 하고 두 부부가 나란히 백두산 천지에 올라 두 손을 맞잡고 사진도 찍었다. 그야말로 남북한 8천만 민족이 꿈에서나 그리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문제는 남한 야당의 반응이다. 당초 평양 정상회담에 야당도 초청했지만 무슨 이유인진 모르지만 결국 제1, 2야당은 불참했다. 나는 통일과 아시아 지역통합을 같이 이루기 위해서는 ‘삼통론’이 필요함을 역설해 왔다. 우선 한국내의 지역, 이념 및 세대 간의 차이를 극복해 대내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 그 다음으로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간 협력과 통합을 추진해 아시아에도 유럽연합과 같은 아시아 지역통합과 아시아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이 이뤄진 다음 남북한 통일이 이뤄질 수 있게 된다. 북한의 핵보유 이후 지역통합과 더불어 남북 간 통합이 같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 ‘신삼통론’의 핵심 내용이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스스로가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는 점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핵보유국 북한이 핵을 진정으로 포기할지는 어느 누구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존의 북한정권 붕괴론에 입각한 흡수통일론은 사실상 폐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남북한 모두 통일을 이야기하겠지만 더 이상 통일보다는 평화, 교류협력, 특히 통합이 더 적절한 용어가 됐다.

 이런 의미에서 인천대가 조동성 총장 취임 이후 통일통합연구원을 설립해 통합 문제를 본격화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 하겠다. 통일통합연구원이 추진하는 연구사업의 특징은 인천대 내의 모든 학과와 전공의 교수에게 통일 전후 남북 통합 시 생기는 전공 관련 어젠다를 제안토록 해 금년도에만 인문사회계보다 이공계 교수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19개 공동연구팀이 꾸려져 연변대와 서울대 등 북한 관련 주요 대학 및 연구소와의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경제공동체포럼은 2009년 초기부터 인천대 동북아발전연구원이 공동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왔다. 지난해부터 본 연구원은 인천대의 지원하에 포럼과 공동으로 Journal of the Asian Community라는 SSCI급 국제저널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통일통합연구원은 동북아발전연구원과 공동으로 통일과 아시아지역통합 문제를 같이 연구하는 연구 방향을 설정했다. 금년 개최되는 아시아 경제공동체포럼은 통일통합연구원의 설립기념 국제포럼을 겸하기도 하게 된다. 이번 포럼에는 미국의 스탠퍼드 아태연구소, 하버드 케네디 스쿨 및 해리티지 재단 등 해외 북한 관련 유명 연구소들이 대거 참여한다.

 한반도와 동북아 명운을 가를 비핵화 문제에 대한 실질적이고 통찰력 있는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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