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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폭력. /사진 = 연합뉴스
경기도내에서 매년 수천 건씩 발생하고 있는 연인 간 데이트폭력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피해자 보호 및 예방책 수립 등의 내용을 담은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에서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은 ‘성폭력방지특별법’이나 ‘가정폭력방지특별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반면 데이트폭력은 외국과 달리 별도의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가해자가 저지른 범죄 내용에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한다.

2차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지키기 위한 후속 조치로는 ‘범죄피해자 보호법’과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라 피해자가 원하면 위치확인장치를 지급하고 신변보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개별법은 데이트폭력이 지닌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정신적 트라우마 극복 등 심리적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경기도 데이트폭력 실태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연인에게 데이트폭력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이 26.6%(여성 30.6%·남성 22.9%)에 달했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 피해자 55.6%는 ‘자신에 대한 실망과 무력감, 자아상실’ 증상을 가장 많이 겪었다. ‘불안, 우울’ 48.1%, ‘가해자에 대한 적대감이나 분노’ 33.8% 등이 뒤를 이었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알코올중독도 2.6%(남성 2.6%·여성 2.8%), 섭식장애도 6.1%(남성 3.5%·여성 8.7%)를 나타냈다. 대체적으로 데이트폭력을 당한 여성의 후유증 정도가 높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까지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해 관련 법률은 전무한 실정이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 ‘스토킹 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 처음 접수된 후 현재 20대 국회까지 데이트폭력 및 여성폭력, 스토킹 문제를 다룬 법안만 총 19건에 달하고 있지만 매번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미국은 1994년 ‘여성폭력방지법’을 제정해 성별 구분 없이 성적소수자까지 포함해 가정폭력과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클레어법’으로 유명한 영국은 2014년부터 ‘가정폭력전과 공개제도’를 도입, 교제 중인 연인의 전과기록 열람을 가능케 해 경각심을 심어 주고 있다.

도가족여성연구원 정혜원 연구위원은 "현행 개별법만으로는 데이트폭력 피해자 보호 및 지원체계 마련이 부족한 데다,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가이드북 개발 등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제약이 있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통과와 함께 지역 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까지 이뤄진다면 좀 더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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