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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암역세권 개발예정지인 서구 경서동 마을의 풍경. 2024년이면 이곳에 7천800가구의 공공주택이 들어선다.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정부가 최근 공공택지 개발예정지구로 발표한 서구 검암역세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들썩이는 땅값과 높아진 기대심리 이면에는 원주민들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헐값에 땅을 팔고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지난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찾은 서구 경서동 공공택지개발지는 검암역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다. 주변은 듬성듬성 흩어진 낡은 농가주택(주민 40여 명)과 비닐하우스, 밭이 덩그러니 있었다. 이 일대 사업지 면적은 79만3천㎡다.

인천도시공사는 2024년 4월 준공을 목표로 내년 하반기 지구단위계획 수립과 토지 보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보상을 시작하려면 기간이 남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벌써 형편없이 낮을 보상금에 떨고 있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GB)을 해제해 공공택지로 사들일 경우 공시지가의 150% 수준으로 보상금을 책정한다. 이곳에서 만난 다섯 식구의 주민 A(80)씨는 집과 텃밭으로 200㎡ 정도를 갖고 있다. 공사지가로 3.3㎡당 122만 원이다. A씨가 받을 수 있는 보상가는 1억1천만 원가량이다. 이 보상금으로 인근의 전셋집 구하기는 힘들다.

GB 내 토지소유주를 비롯한 주민들은 턱없이 낮은 보상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주민 B(74)씨는 "시세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하면 손해"라며 "의견 수렴 중이지만 현재 주민들은 최소 230∼250% 수준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금을 놓고 주민 간 갈등도 예상된다. GB 내 토지와 그렇지 않은 토지 간 보상금 차이가 있어서다.

높은 보상가를 노린 빌라 4동은 이미 2년 전 이곳에 들어섰다. GB 내 토지소유주들은 차라리 개발을 하지 말자는 얘기까지 한다. 이곳 택지개발예정지구는 폭 3m 도로를 사이에 두고 GB와 GB가 아닌 땅으로 갈린다. C(70)씨는 "왜 같은 동네에서 GB를 나눠 땅값 차이가 나게 했는지 불만"이라며 "보상액수 차이가 많이 날 텐데 차라리 개발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보상이 원활치 않을 경우 환지가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도 있다. 하지만 지주공동개발이나 구획정리사업이 아닌 이상 전면수용 방식인 택지개발에서 환지는 통하지 않는다.

C씨는 "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았는데, 적은 보상으로 동네를 떠나면 텃밭 있는 집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대토(代土)로 늙은이에게 소일거리라도 하게 해 달라"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 결성을 목표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사업자인 인천도시공사와 보상액에 대한 합의가 어려울 경우 행정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다.

주민 D씨는 "결국 돈이 문제고, 보상이 적절치 않으면 행정소송까지 불사할 각오니 긴 싸움이 될 것이다"라며 "대책위가 꾸려지면 의견을 모으고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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