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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인천시청 본청 뒤편 폐지 수거장에 각 부서에서 버린 문서들이 쌓여 있다. 이 중에는 무단 폐기가 금지된 기록물도 상당수 포함됐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인천시 공무원들이 공공기록물과 시민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버리다 들통 났다. 버려진 문서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개방된 장소에 하루 이상 방치됐다.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5일 오후 4시께 시 본청 뒤편 폐지 수거장에 있는 붉은 마대자루 100여 개에는 각 부서에서 버린 문서가 담겨 있었다. 이번 조직 개편에 따라 사무실 이전 재배치(시청→송도 미추홀타워) 대상 부서들이 내놓은 자료였다. 일부 문서는 자루에도 넣지 않아 문서철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공공기관에서 ‘버리지 말아야 할’ 기록물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마대자루마다 보조금 지급 기관과 주고받은 공문서 원본부터 정산보고서, 영수증 등이 나왔다. 행사 집행과 관련해 민간단체의 직인이 찍힌 문서도 적지 않았다.

이 문서들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 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하는 기록물이다.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해 생산한 문서 원본은 생산 종료 후 2년이 지나면 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무단 폐기된 문서는 2006년에서 2013년 사이 생산된 것들로 보존기간이 대부분 끝났다. 따라서 기록물평가심의회에 올려 보존 또는 폐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경우처럼 심의회를 거치지 않고 무단 폐기했을 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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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인천시청 본청 뒷편 폐지수거장에 각 부서에서 버린 문서들이 쌓여있다. 이 중에는 시민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도 있었다.
시 공무원이 무심코 버린 문서 중에는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서류도 발견됐다. 민간단체 근로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장학금 지급 신청 관련 서류철 2개에 총 30∼40여 명의 개인정보가 수십 장 있었다. 근로자의 직장, 주소, 연락처와 자녀의 사진과 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가 나왔다. 자녀의 대학성적증명서도 첨부됐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처리자인 공무원이 파쇄나 소각 등으로 ‘완전 파괴’해야 하는 문서다. 이 역시도 기록물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시 기록관으로 이관해 심의회를 거쳐 폐기해야 한다.

수거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위험도 있다. 상세한 정보가 기재된 장학급 지급 신청 문서는 마대자루 밖에 놓여 있어 손쉽게 볼 수 있었다. 기록물을 모아 둔 수거장은 누구나 오갈 수 있도록 오전과 오후 내내 문이 열려 있다. 이 문서들은 하루가 지난 6일 수거업체로 옮겨졌다.

시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나 인사이동 시기에 기록물을 무단 폐기하는 일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각 부서에 미리 공문을 보냈다"며 "보존기간이 지난 기록물은 폐기해도 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기록관으로 이관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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