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적용 차등화’ 문제를 두고 당정 간 엇박자가 가시화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으나, 최저임금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영표 원내대표는 모 라디오 방송에서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차등화하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다"고 답했다. 큰 주(州)가 많은 미국에서는 주별로 따로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지만,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최저임금 수준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6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아래에 또 다른 최저임금을 만드는 차등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문제의 핵심은 단 1할도 안 되는 대기업 귀족 노조가 아니라 ‘대다수의 영세중소 사업자와 저임금 근로자’다. 특히 자영업자 상당수는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 그나마 이런 상황에서 파산하지 않고 버티는 사업주들도 ‘종업원의 노동시간을 줄여 급증한 인건비 부담을 억제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작년보다 122만 개나 줄어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같은 이유로 올해에만 구직 단념자가 월 평균 50만 명을 넘어섰고,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선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정말로 시급한 대량해고 현실은 외면한 채 ‘아직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운운하며 최저임금 적용 차등화를 거부하다니 도대체 누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인지 묻고 싶다. 동일한 내용물이 담긴 한 그릇이라도 서울 강남과 전북 외곽의 음식값은 크게 다르다. 만약 이를 문제 삼아 서울과 동일한 가격으로 강제하면 전북의 그 음식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일한 상품의 가격이 다르다면 그 비용을 이루는 최저임금의 차등화도 정상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그런데 여권의 위정자들만 이런 상식을 외면하고 있다. 왜 정치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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