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7일 방북을 계기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 가운데 북미가 조기에 개최하기로 한 실무 협상에 외교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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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 [연합뉴스TV 제공]
폼페이오 방북 이후 북미 모두 후속 협상의 조기 개최를 거론하는 상황이어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북한 측 카운터파트 사이의 실무 협상이 이르면 내주 개최될 것으로 9일 외교 소식통이 전망했다.

협상 테이블 양쪽의 가운데 자리엔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앉을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서울 방문을 마치고 8일 중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건 특별대표를 가리키며 "나는 스티븐의 카운터파트가 최선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비건 특별대표는 "내 카운터파트에게 가능한 한 빨리 보자고 초청장을 발송했다"고 소개했다.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트럼프 행정부 대북 라인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협상 경험이 풍부한 성김 주필리핀 대사가 긴급 차출돼 최 부상과 대좌했지만 이제 비건-최선희 라인이 새롭게 구성될 전망이다.

의회, 행정부, 민간 기업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췄지만 북핵 협상에는 '신인'인 비건 대표와, 북핵 및 대미협상에 잔뼈가 굵은 직업 외교관인 최 부상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줄 협상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최선희 회담에서는 이미 북미, 남북 간에 합의된 사항의 이행 문제, 1단계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조합 만들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정하기 등 대략 3가지 의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우선 합의 사항 이행의 경우 폼페이오 방북 협의때 합의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구성 및 파견 일정,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동창리 엔진 실험장·미사일 발사대 폐기 일정과 그 참관을 위한 사찰단 구성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를 참여시킬지 등 대북사찰단의 구성문제와 현지에서 하게 될 구체적인 활동 내용 등이 포인트다.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조합 만들기는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당일치기였던 폼페이오 장관 방북 협의는 대부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간의 회동으로 채워지면서 구체적인 카드를 주고받는 실질 협상보다는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과 상호 합의 이행 의지를 강변하는 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부담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간에 큰 틀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영변 핵폐기 조치와 종전선언을 축으로 한 상호 이행 조치의 조합을 만들어 내야 할 상황이다. 신고-검증-폐기의 전통적 비핵화 순서 대신 핵 신고 시기를 유연하게 설정하는 새 비핵화 방식을 어떻게 구체화할 지도 이번 협상에서 논의될 수 있다.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를 정하는 문제도 결국 비핵화-상응 조치, 풍계리 참관단 등 논의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즉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상이 성과를 내야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정하는 문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비건-최선희 협상의 장소가 어디로 정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당초 미국은 오스트리아 빈을 제안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8일 빈이 아닐 수도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누가 알겠느냐"고 답했다. 향후 북핵 사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빈의 상징성에 대해 북측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유럽의 제3국 또는 판문점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는 협상팀이 시차없이 수뇌부의 대면 지시를 그날그날 받아가며 협상에 임할 수 있는 판문점을 선호할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해 보인다. 1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선 성김-최선희 협상은 대부분 판문점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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