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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사회, 잘 말하는 사회

박진호 K-멘토&비전센터대표/한세대학교 대학원 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10월 10일 수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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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 K-멘토&비전센터대표
BC 399년 철학적 최초의 순교가 있었습니다. 철학의 성인 소크라테스는 나이 70세에 아테네의 청년들을 부패시키고 새로운 신을 섬기고 절대적인 진리관을 설파했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친구 크리톤의 탈옥 권유도 거절하고 의연히 죽음에 이릅니다. 깨끗이 목욕 후 간수가 전해준 독배를 전달받습니다. 슬퍼하는 간수와 주위의 사람들 앞에서 편안한 여행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 다음에 너무나 태연하게 거리낌 없이 독약을 마십니다. 간수는 차가워지고 굳어져 가는 그의 다리와 발을 눌러 보고, 이미 감각이 사라지고 죽어가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미 죽은 줄 알고 그는 얼굴을 덮었던 천을 벗기고는 마지막 유언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아스클레오피스에게 닭 한 마리를 대신 갚아 주게."

 전혀 뜻밖의 유언입니다. 아스클레오피스는 뱀이 기어오르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그리스 의학의 신(醫神)으로 현대 병원이나 약국, 세계보건기구(WHO)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의학이 발전하지 않은 그 당시 고대 그리스인은 병을 낫게 해달라며 신전에 빌고, 병이 나으면 아스클레오피스 신전에다가 감사의 제물로 닭을 바치는 관례가 있었습니다. 삶의 고통스러운 병에서, 죽음으로 병에서부터의 치유를 얘기한 삶과 죽음에 대한 풍자인 것입니다. 죽기 때문에 몸에 있는 통증이나 병이 치유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학적인 자세의 소피스트와 제자들에게 스스로 깨달음을 주려는 소크라테스는 자기의 죽음마저도 가르침으로 일관하였습니다.

 대부분 소크라테스의 유언을 ‘악법도 법이다’로 알고 있고 이 말을 마친 후 독배를 들었다고 잘못 알려져 왔습니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에 통용되었던 말인데, 일제 말 일본 법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일제의 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적인 법 집행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된 것입니다. 일제의 수탈에 불만을 제거하고 명분을 없애 독립운동을 꺾으려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사용된 우리 민족에게는 큰 아픔이 있는 말입니다. 제대로 알고 잘 말하는 문화를 정착해야겠습니다.

 언어를 매개로 사람 사이에 의사소통의 정도를 높일 수 있도록 말, 글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사학’이 현대 스피치의 근간입니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발달하여 중세로 넘어가며 문법, 논리학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학문이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수사학을 기반으로 인문학이라는 이름 즉,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studia humanitatis, 인문학)가 탄생됐습니다. ‘liberal arts’ 즉 아르테스 리베랄레스는 문법, 수사학, 변증론의 말과 글을 활용한 인문적 교양을 쌓아나가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인문학의 기초가 되는 7가지 과목은 문법, 수사학, 변증론의 말과 글 학습과 대수, 기하학, 천문, 화성입니다. 지금의 과목으로 풀이하면 언어 중 글쓰기, 말하기, 논리, 수학, 지구과학, 음악 정도 될 것입니다. 어쨌든 말하기 능력이 인문학의 큰 근간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 이상 말을 잘하는 것이 기교나 기법이 아닌 내면에 우러나는 인격, 인성적 접근의 문화가 정립되어야 합니다. ‘말 잘하는 사회’가 아니라 ‘잘 말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합니다. 우울하고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 신기하게도 밝고 즐거운 변화를 주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좋았던 분위기를 어둡고 냉랭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들어오면 분위기 좋게하는 사람과 나가면 분위기 좋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21세기 희망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은 소크라테스의 죽음 앞에서 신념과 마지막 유언으로 깨달음을 준 명스피치의 의미를 판단하여 기법과 형식 위주를 탈피한 진정한 언어의 구사를 위한 잘 말하는 더 큰 세계로의 항해를 출발 할 때를 맞이했습니다. 잘 말하는 대한민국을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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