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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건 인하대병원 통증센터 교수
어렸을 때 수두를 앓은 경험이 있는 정모(55·여)씨는 남들보다 땀이 많고 더위를 더 타는 편이다. 야외 활동과 테니스 같은 운동을 즐기는 편이라 남들보다 건강을 자부하며 살아왔다. 덥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얇게 옷을 입고 테니스를 즐겼다. 그런데 감기 비슷한 증세를 느꼈다. 워낙 건강하다고 자부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등쪽부터 시작해서 처음 느껴 보는 심한 통증이 왔다. 검사 결과 대상포진 초기 진단을 받아 신경치료를 받았다.

이처럼 대상포진은 어릴 적 수두를 앓았거나 예방주사를 맞은 이나 수두를 않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신체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신경세포 내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내려와서 생기는 질환이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다시 활성화된 것이다. 젊은 사람에게는 드물게 발생하는데, 특히 체력과 면역력이 약한 60세 이상의 성인들은 환절기 감기 등에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증상은 대부분 피부에 국한돼 나타나지만 장기이식,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환자에서는 증상이 전신에 퍼져서 드물지만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스트레스 자체는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대상포진 환자들이 심한 정신적 혹은 육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한다. 이는 통증 때문일 수도 있으나 스트레스 자체가 면역체계의 약화를 일으켜 대상포진에 좀 더 잘 걸릴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은 아닌가 추정해 본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은 침범한 신경을 따라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통증을 동반한다. 피부의 병변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통증이다. 신경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아주 심하다. 심한 통증과 감각 이상이 동반되며 붉은 반점이 신경을 따라 나타난 후 여러 개의 물집이 무리를 짓는다. 이 통증을 조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후유증이 남게 되고 완치가 힘들어진다.

대상포진 환자와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를 연령별로 비교해 보면, 전체 대상포진 환자 가운데 60세 이상의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5년간 평균 32.7%에 그쳤던 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경우 60세 이상의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57.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령일수록 발병 초기부터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술 등 적극적인 신경치료를 받아야 원활한 일상생활과 후유증 예방이 가능하다.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와 신경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항경련제와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는데, 신경통이 나타날 확률을 낮춰 주고 통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발병 초기에 적극적인 신경차단술을 시행해야 한다. 교감신경 차단과 신경근 차단이 대표적인 방법이고, 고주파 열응고술을 쓰기도 한다. 치료 시기도 중요한데, 통증이 나타나고 빠른 시일 내 치료해야 신경통이 만성으로 갈 가능성이 낮다. 치료 효과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떨어진다.

대상포진의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정기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체력을 잘 관리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기본이며 가장 중요하다. 통증을 오랜 기간 방치하게 되면 만성 통증으로 진행돼 삶의 질이 무너질 수 있다.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건강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도움말=인하대병원 통증센터 김병건 교수(마취통증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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