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된 외국어고등학교에 대학 진학생의 상당수가 ‘비어문계’ 학과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나 외고의 설립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어고 계열별 대학 진학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과학고와 예술고, 체육고 졸업생 대다수는 고교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 대학을 진학하는 데 반해 외국어고는 진학생이 ‘비어문계’로 진학한 것으로 조사돼 입시에 유리한 쪽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인천지역 외국어고 학생들의 어문계열 대학 진학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졸업생 기준으로 미추홀외고 학생의 어문계열 진학률은 29%에 불과했고 올해는 49%로 여전히 절반도 안됐고, 인천외고도 지난해 28%, 올해는 35%로 집계됐다. 적게는 51%, 많게는 70%가 넘는 외고 학생들이 어문계열이 아닌 비어문계열이나 이공계, 의약계, 예술체육계 등으로 진학하고 있다. 경기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포외고, 경기외고, 고양외고, 수원외고, 안양외고 모두 절반에 못미쳤다.

이 때문에 외국어 전문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는데도 설립 취지와 다르게 소위 명문 대학에 학생들을 진학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이런 현상이 매년 반복되면서 일반고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대입 성적이 좋다 보니 사교육 시장 과열현상까지 불러왔다. 2009년 외국어고 폐지 논란이 있었던 당시에도 어학 영재가 존재하는지와 졸업생의 진학ㆍ진로 문제, 신입생 선발과정에서의 과도한 사교육 유발 등이 대두된 바 있다.

 따라서 어학 인재를 키운다는 당초 설립 취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부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외국어고가 당초 취지에 맞게 운영되게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존속 조건을 제시해 이에 적합한 경우는 존속하게 하고, 전환을 원하는 경우에는 자율적으로 선택해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적극적인 교육 정책이 검토돼야 한다. 다만 외국어 능력을 활용해 인문사회분야로 진학하는 학생도 많아 진로를 어문계열로 한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만큼, 동일계열 진학률을 어학분야로 한정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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