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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남석 인천시 연수구청장

최근 송도국제도시가 뜨겁다. 좋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송도 주민들의 분노로 뜨겁다. 인천시장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고,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 민원이 올라와 동의자가 1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또 인천시의원, 연수구의원, 일부 인천시 공무원들은 국정감사나 청문회 때 국회의원들이나 받던 문자 폭탄을 받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대체 무엇이 이렇게 송도 주민들을 분노하게 했을까. 바로 송도 워터프런트다.

 송도 워터프런트는 총사업비 6천215억 원을 투입해 송도국제도시에 바닷물이 순환하는 ‘ㅁ’자형 수로(수면적 4.66㎢, 수로연장 16㎞)를 개설하는 사업이다. 총 3단계에 걸쳐 수로를 연결해 각각 특색 있는 수변공간으로 조성한다. 북측 수로는 도시생활 밀착형 수변공간으로 인공섬, 산책로, MTB공원 등을 잇는다. 또 서쪽 6·8공구 수로에는 해안과 스트리트몰, 마리나 등이 연결된다. 남쪽 수로는 해양문화 레저체험공간으로서 전망대, 선착장, 교량, 수문 등을 연결하게 된다. 그야말로 ‘물의 도시’ 송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8월 8일 시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는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1-1단계 구간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타당성 재조사에서 경제적 편익비용분석(B/C) 결과가 1에 못 미치는 0.739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1-1단계 추진도 방재 기능을 고려해 허용한 것이라 발표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12년부터 워터프런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심사만 6번, 사업타당성 조사는 2번을 거쳤다. 그러면서 당초 수면적 6.04㎢, 수로연장 16㎞이었던 수로가 현재의 규모로 축소됐다. 물론 과도한 투자 방지와 사업성 제고도 필요하지만 워터프런트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의 이번 결정은 송도 주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뒤늦게 인천경제청이 나머지 구간도 경제성을 확보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송도 자치구 독립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이를 두고 집값에 목을 맨 단순 집단이기주의로 폄훼하고 지역 대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게 사실일까?

 그동안 시와 인천경제청이 주민들에게 제시했던 청사진 중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151층 인천타워, 국제병원 유치, 송도발 GTX 개통, 아트센터 인천 개관 등은 무산됐거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사업들이다. 물론 이는 지난 시정부의 무책임한 실책이 원인임이 자명하다. 하지만 송도 주민들은 시가 제시한 청사진을 믿고 이 지역으로 이사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송도가 국제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워터프런트마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자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물은 순환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 지금도 송도 주민들은 원인 모를 악취로 고통 받고 있는데 반쪽짜리 워터프런트는 또 다른 악취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도 워터프런트는 반드시 당초 계획대로 ‘ㅁ’자형으로 완성돼야 한다.

 워터프런트가 제대로 추진된다면 송도는 매력적인 수변공간을 갖춘 국제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런 무궁무진한 도시 경쟁력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다. 현재 청장으로서 구상 중인 인천 신항~북한 남포항 크루즈가 개설돼 수많은 관광객들이 워터프런트에서 관광을 즐기고 쇼핑하는 모습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시와 인천경제청이 부디 미래를 보고 현명한 결정을 하길 바란다. 지난 정부에서의 과정이 어찌 됐든 워터프런트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만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인천의 발전을 위한 길이다. 시와 인천경제청은 더 이상 주민들에게 ‘양치기 소년’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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