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 9시께 인천 중구 남항 인근 B사 바닷모래 적치장.  바다골재 채취 중단으로 지난 8월부터 휴업에 들어가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 8일 오전 9시께 인천 중구 남항 인근 B사 바닷모래 적치장. 바다골재 채취 중단으로 지난 8월부터 휴업에 들어가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바닷모래를 채취해 운송하는 선박의 선원들 대부분이 떠났고 선장만이 자리를 지킬 뿐입니다. 인천남항 모래 적치장에는 수개월째 적막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오전 9시께 인천시 중구 남항 인근에서 만난 바닷모래 적치장 관계자 A(43)씨가 안타까운 듯 한마디를 건넸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저녁으로 이곳에는 대형 화물차들이 모래를 실어 나르는 탓에 뿌연 먼지로 가득 찼지만 지금은 휑하다"며 "바다골재 운송선박 선원들은 일거리가 없어 대부분 그만뒀다"고 했다.

 이날 인천남항 B사 바닷모래 적치장에서 골재 등을 나르려는 대형 화물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시간 남짓 이곳을 향한 대형 화물차는 고작 2대 정도였다. 이조차도 주변을 그냥 지나칠 뿐이었다.

 B사의 모래 적치장 관리소에는 ‘8월 1일부터 채취허가 지연에 따른 원자재 부족으로 휴업을 한다’는 안내문이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바닷모래 채취 중단으로 인천남항의 생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바다골재 관련 업체들은 문 닫을 위기에 놓였고, 연관 업계들의 경제적 손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부채가 자산에 육박해 월급을 대폭 삭감하고 직원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B사 관계자는 "골재 분야 직원 9월 임금수준이 기존보다 35% 떨어진 상태라 퇴사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인천지역 바다골재업체 대부분이 인력 감원과 임금을 감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여차하면 회사 문을 닫을 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시에서 골재채취 예정지인 ‘옹진군 선갑도’를 고시했지만 채취허가가 나오지 않아 올해는 사업을 쉬어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화물차로 바다골재를 운송하던 C씨 역시 "2억5천만 원을 들여 대형 화물차를 72개월 할부로 구입해 매달 350만 원의 할부를 내야 한다"며 "보험, 유류비 등 유지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거리가 없어 차량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한국골재협회 산하 바다골재협의회 등 전국 800만 건설가족은 지난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바다골재업계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바다골재업계 종사자 가족 8만여 명의 생계보장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과학적 조사를 통해 최대한 환경친화적이고 상생적으로 바다골재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민생활복지를 위한 필수 자재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수협중앙회는 인천지역 환경단체와 ‘지역의 바닷모래 채취·매립 간척’ 등 개발행위로 인한 수산자원 감소, 해양생태계 파괴 등에 적극 대응하고 바다환경 보전 범국민 실천운동을 벌이고 나서 바다골재업계와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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