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시재생사업의 아이콘’으로 수원시가 부상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 성곽 안을 중심으로 원도심이 활력을 띠면서 도시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거대한 유통망을 이용해 지역 내에 백화점과 대형 마트를 앞다퉈 세우면서 타격을 입었던 골목상권이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생기를 되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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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교통축제 수원 행사.
# 수원시 도시재생의 출발지 ‘2013 생태교통축제’

수원시는 1990년대 초반부터 경기남부권을 대표하는 ‘광교신도시’와 교육열이 높은 ‘영통’, 서수원의 주거단지 ‘호매실’, 신흥 부동산 투자처로 주목받는 ‘망포지구’까지 시 경계지역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과거부터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4대문(팔달문·장안문·화서문·창룡문) 안이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후 대기업 계열의 유통공룡인 대형 마트와 백화점이 지역상권에 침투하면서 4대문 안의 전통시장과 상업지구가 직격탄을 맞아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다.

회복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4대문 안이 2013년 9월 팔달구 행궁동 일원에서 한 달간 이뤄진 기념비적인 행사로 큰 전환기를 맞는다. ‘2013 생태교통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차 없이 사는 마을에 도전한 ‘생태교통 수원 2013’ 개최를 계기로 낙후된 4대문 안 원도심이 새로운 부활의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수원화성의 성안 마을인 행궁동은 문화재보호구역 규제 등으로 크게 침체됐지만 시가 행사를 앞두고 행궁동 일대 34만㎡를 대상으로 총 130억 원을 투입해 각종 도시기반시설을 정비했다.

화서문로 540m, 신풍로 410m 등 생태교통 특화거리 950m 구간을 지나는 전선과 각종 통신선 등 공중선로를 지하에 매설했고, 상가 450여 곳의 간판과 벽면은 산뜻한 디자인으로 개선했다. 화서문로, 신풍로 등 2개 특화거리는 기존 차도와 인도를 보행자가 편한 완만한 곡선형으로 바꾼 뒤 화강석으로 포장하고 수원화성을 상징하는 소나무 가로수로 그늘을 만들었다.

규방공예, 한지, 서각 등 행궁동 공방거리에서 활동하는 공예점 작가들은 생태교통 특수에 대비해 작품 제작에 분주하고 찻집, 떡집 등 먹을거리 상점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며 상권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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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재생사업으로 활기를 되찾은 행궁동 거리.
지자체의 과감한 투자와 주민들의 동참으로 한 달간 행궁동을 방문한 내국인과 외국인은 무려 100만 명을 넘었고, 행사 이후 현재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기관, 외국 기관 등 268곳에서 1만1천300여 명이 행궁동을 비롯한 수원시 도시재생사업 지역을 찾아 벤치마킹했다.

최근에는 빌딩과 상가가 밀집한 시내 주요 상권의 높은 임대료와 부동산 가격에 부담을 느낀 20∼30대 청년들의 창업이 잇따르면서 일명 ‘행리단길’이라는 젊은이의 거리로 탈바꿈,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들어와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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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청 주변 도시재생사업 현장지원센터 개소식.
# 시내 곳곳에 뿌리내리는 도시재생 ‘씨앗’

수원시와 경기도는 지난 3월 ‘경기도청 주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두 기관은 500억 원을 투입해 ‘수원 도시르네상스 사업’, ‘경기도형 도시재생사업’, ‘행궁동 도시재생사업’,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도청사 주변 4개 도시재생사업을 2022년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수원 도시르네상스사업은 매산동 9만5천㎡에 골목·주차장·CCTV를 설치하는 것이고, 행궁동 도시재생사업은 행궁동 78만7천㎡에 문화체험공간과 창업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수원역 앞길 등 매산동 19만8천㎡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이다. 도는 총 4개 도시재생사업에 87억5천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기도형 도시재생사업은 매산동 43만8천㎡에 문화·역사탐방로, 안전안심 골목길, 공유적 시장경제 실현을 위한 청년특구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도가 직접 사업관리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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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궁동 벽화골목. <수원시 제공>
행궁동 도시재생도 꾸준히 이어진다. 시는 지난 6월 경기도에 제출한 ‘행궁동 일원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을 최종적으로 승인받았다.

이번에 승인된 계획은 2020년까지 2천185억 원을 투입해 수원화성 4대문 내 행궁동 78만7천㎡ 원도심에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부처 협업사업 1천604억 원, 수원시 자체사업 416억 원, 공모사업 100억 원, 민간사업 65억 원 등 예산이 지원된다.

세부적 사업항목은 ▶살기 편한 내 동네 만들기 ▶행궁골목길 특성화 ▶행궁동 도시재생거점센터 조성 ▶공동체 성장 기반 조성 ▶행궁어울림 조성 등 29개 사업이다.

이 외에도 시는 역사자산 활용 및 아동·청년 맞춤 프로그램 운영(행궁동·연무동), 상권 활성화 및 생활환경 개선(매산동), 수원비행장 이전 대응(세류2동), 주차장 조성비용을 지원하는 그린파킹과 주민 공동체 회복(매탄4동) 등 다양한 재생 전략을 추진한다.

시 관계자는 "수원시 도시재생 모델이 국내 지자체를 넘어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며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생태환경과 도시 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개발사례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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