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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의 눈으로 작품을 출간해 세계가 사랑하는 작가가 된 로알드 달의 소설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그렘린」, 「제임스와 거대 복숭아」 등은 영화로도 제작돼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희망하는 말 잘 듣고, 착하며, 공부도 잘하는 이른바 일찍 철이 든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오히려 어둡고 섬뜩하며 일면 폭력적으로 보일 만큼 무자비하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정확히 양분되는데, 어른들은 불편한 마음에 눈살을 찌푸리는 반면 아이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한다.

상반된 반응의 핵심은 어른들이 잊고 살아가는 동심에 있을지도 모른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드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노래한 바 있다. 이는 동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봤을 때 재미있고 신나기만 하던 세상은 어른이 돼 철이 들었다는 명목 아래 각박해진다. 영화 ‘마틸다’ 역시 로알드 달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최근에는 뮤지컬로도 각색돼 대중과 교감하고 있다.

마틸다는 보기에 따라서 평범함과 비범함을 넘나드는 소녀다. 아이에게 도통 관심이 없는 부모의 관점에서 보자면 TV를 보지 않고 책만 보며,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아 질문을 쏟아내는 성가신 자녀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담임선생님에겐 너무도 특별한 소녀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의 마틸다는 손 대지 않고 사물을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소녀로, 그 특별한 능력은 나쁜 어른들을 골탕먹이는 데 사용한다.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 해 갖은 폭력과 폭언을 일삼던 교장선생님은 염력으로 혼쭐이 나 학교를 떠나고, 구령과 기합소리로 가득했던 교실은 웃음으로 채워진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을 귀찮고 쓸모없는 존재라 여긴 부모와도 작별한다. 담임선생님에게 입양된 마틸다는 새로운 가족, 사랑과 관심을 나눌 수 있는 새 식구를 만나 행복한 날들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어른을 향한 분노의 초능력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영화 ‘마틸다’는 어린이에게도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어른들에게 저항할 권리가 있음을 전하는 이야기로 1996년 개봉됐다. 영화는 원작의 특징을 충실히 살려 다면적인 아동 캐릭터를 보여 주는데, 전체적으로 아이다운 유치함 속에서도 옳지 않은 것에 대한 소신, 또래와의 우정과 연대, 부당한 공포와 두려움을 개구진 장난으로 대항하는 반항의 정서는 유쾌함을 넘어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있다.

이 작품이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특별한 교훈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권선징악적 세계관의 실천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더욱 필요한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동 작품들은 그간 착한 어린이의 가치를 강조해 왔다. 반면 영화 ‘마틸다’는 아동이 아닌 성인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관심과 사랑을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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