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긴요하고 으뜸이 되는 골자나 줄거리, 또는 일을 하는데 꼭 필요한 묘한 이치를 뜻하는 말로 쓰이나, 뭔가를 잡아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람에게 ‘요령 없다’는 말로도 쓰여지고 있다. 그런 요령 없다고 여겨지면 당장 날아 오는 게 요령부득이네…라는 끌탕과 함께 핀잔을 듣게된다. 이 말은 실크로드를 연 개척자 장건과 관계된 말로, 한(漢)은 중국을 통일했지만 만리장성 바깥은 세력권 밖으로, 특히 서북쪽의 흉노족은 항상 불안의 대상이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칠 수가 없었다.

 한나라의 위신을 세우고 싶었던 무제는 흉노(匈奴)를 복종시킬 수 있는 책략을 찾고 있었다. 마침 그 무렵 흉노의 포로가 장안으로 압송돼 오자, 무제가 직접 문초하자 그들은 말했다. "흉노는 월지족을 쓰러뜨리고 월지족 왕의 두개골을 잔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방으로 도망가 원한을 품고 있지만 함께 힘을 모을 나라가 없어 반격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무제는 월지족과 손을 잡고 흉노를 협공할 계획을 세웠다. 무제의 명을 받은 장건은 서역으로 이동했다는 월지족을 찾아 나섰는데,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들을 발견하는데 10년이나 걸렸다. 그런데 사정은 크게 바뀌어 있었다. 이주해온 땅은 비옥하고 근처에 적이 없어서 평화를 누리고 있었기에 굳이 원래의 땅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장건은 월지 왕에게 무제의 뜻을 전하며 힘을 합쳐 흉노를 치자고 역설했으나 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일을 「사기」에서는 "끝내 사명(使命)으로 삼은 월지의 요령을 얻지 못하고 몇 년 더 머물다가 돌아왔다"라고 쓰고 있는데, 사마천의 이 표현에서 ‘요령’이라는 말이 생겼다. ‘요(要)’는 몸 가운데 허리를 가리키고, ‘령(領)’은 머리를 말하는데, 허리와 머리가 중요한 부위인 것처럼 요령은 사물의 핵심, 요점을 의미하게 됐다. ‘요령부득’은 주된 점이나 중요한 핵심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같은 ‘요령’이라고 하더라고 제 한 몸 지키자고 교묘하게 처신 하거나 자신을 좋게 보이는 일에 급급할 때는 나쁜 의미로 ‘요령을 피운다’고 표현한다. 원래 능력이 모자란다면 어쩔 수 없으나 나름대로 사회적 성취를 이뤘으면서도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처신의 부적절함, 사법절차를 무시하는 등 요령만 피우다 구설에 오르는 요즘 사람들을 보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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