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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학처장
‘2019학년도 전문대학 수시모집 입학정보박람회’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9월 13일부터 3일간 열렸다. 전국 136개 전문대학 가운데 88개 대학이 참여한 이 박람회는 첫날부터 수험생과 학부모가 줄지어 찾았다. 연인원 3만 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한다. 이번 박람회 특징은 관람객이 많았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박람회장은 평일임에도 고3 수험생들로 붐볐고, 각 대학 부스를 돌며, 관심 있는 학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합격 가능성을 가늠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실 10여 년 전까지만 전문대학을 다니는 학생을 둔 집안에서는 자녀가 어느 대학에 다닌다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다. 지금은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식변화에 힘입어 전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대학 졸업생이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유턴입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유턴입학생 증가는 높은 청년 실업률과 함께 고등직업교육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 전반에는 여전히 일반대학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크다. 올해 수시모집 결과를 다룬 기사에서도 일반대학을 다룬 언론은 많았지만, 전문대학에 대한 내용은 드물었다.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지만,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올 7월 대졸자 절반이 직무와 교육 수준의 불일치를 경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편화된 고등교육으로 촉발된 대졸자 초과공급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대학과 산업현장의 미스매치로 직업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요원하다. 직업교육이 발전한 다른 나라의 제도를 도입한다고 법석을 떨지만, 미봉책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고등직업교육체계가 안고 있는 문제는 다른 나라의 제도를 도입하는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학교, 기업,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 고등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맞는 고등직업교육제도를 갖춰야 한다.

 인천재능대학교는 대학에서 자체 개발한 원서접수 시스템을 이용해 올 입시를 치르고 있다. 수시1차 모집에서는 다행히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수시2차와 정시모집에서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어 마음이 급하다. 이미 수험생들에게 널리 알려진 원서접수 대행업체를 마다하고 시작한 일이라 걱정 또한 크다. 입시는 한번 잘못하면 몇 년간 타격을 받기 때문에 조심이 최선이다. 모험은 가당치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작은 금액이나마 수험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모험 중이다. 지역사회의 관심과 수험생의 합리적 판단에 희망을 걸어 본다.

 전문대학 수시2차 모집이 11월 6일(화)~20일(화)에 진행된다. 전문대학은 학교 간 복수 지원이 가능하며 지원 횟수 제한도 없다. 한 대학에서도 여러 학과를 지원할 수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도 많아 일반대학 입시보다 훨씬 자유롭다. 인천재능대학교는 올해 송도에 입주한 바이오 기업에서 일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기존 학과를 개편해 송도바이오과를 만들었다. 이처럼 전문대학은 지역산업과 밀착된 전공을 개설해 취업에 최적화된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발전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학벌보다 주어진 일을 해낼 수 있는 직무수행 능력을 더 중시한다. 지금은 대학보다 자신이 흥미를 갖고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시대이다. 학벌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세상을 이끌어갈 많은 젊은이들의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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