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록물을 통해 지나간 시대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역사의 기록을 거울 삼아 잘된 것은 본받고, 잘못된 것은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소중한 역사가 모이는 곳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인천시 역사기록관 서고의 자료 보관상태가 불량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물은 한번 망실되거나 훼손되면 되찾거나 복원하기가 어렵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기록관’이 공간 부족으로 인해 귀중한 기록물들이 일정한 분류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플라스틱 상자에 마구 담겨진 상태로 적치돼 있다.

지난해 신청사 건립에 따른 기록관 확충안을 마련하면서 서고 면적이 6천㎡가 더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09년 ‘시 지방기록원 설립 기본계획’에는 1만6천147㎡의 면적이 필요하다고 돼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의 본청 3개 서고 합산 면적은 550㎡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오래 전에 서고 부족사태가 예상됐던 일이다. 10년 가까이 지나도록 그동안 기록물 보관 서고 하나 확보하지 못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은 죽음보다 더한 형벌을 감내해가며 끝까지 살아남아 불후의 사서 「사기(史記)」를 남겼다. 그가 참고 살아 있었던 이유는 오직 역사의 기록을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일념에서였다. 역사 기록의 중대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중한 역사기록물들이 온전히 보존되지 못한다면 후대인들은 오늘의 역사를 알 길이 없을 거다. 역사를 남겨 후손에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현행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우리들과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라고 아로새기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에게 역사 기록이 없었다면 언급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알 수가 없었을 거다.

기록물을 제대로 분류 보관하는 작업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후대에 물려 줄 역사기록물의 소중한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역사기록물을 하나하나 소중히 간직해 보존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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