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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원도심이라는 이름으로 힘없는 거리가 되면서 동인천은 노인들과 추억을 찾는 사람들의 추억의 거리가 돼 가고 있다. 북광장을 나오면 반쯤 사라진 순대골목이 노동자의 배를 채우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너편에는 송현시장이 야시장도 겸하고 있어 볼거리도 채워주고 먹을 것도 채워주는 추억의 거리로 손색이 없다.

 동인천이 쇠락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다. 인천시청이 현재 구월동으로 이전하고, 신도심이 형성되면서 중고등학교 이전과 맞물리는 시기였던 것 같다. 동인천의 전성기는 중고등학교가 밀집하고 인천백화점이 있던 시기가 마지막일 것이다. 지금은 동인천역사를 중심으로 북광장 쪽은 동구에 속하고 남쪽은 중구에 속하면서 사람들이 뜸한 원도심이 됐다. 동인천의 이름이 인천 동쪽이 아닌데 ‘왜 역이름이 동인천이냐’고 따지던 시절은 그래도 애정이 묻어나던 시기였다. 중앙시장은 한 켠에 양키시장이 인천의 멋쟁이들에게 옷을 고르던 곳이며 그 옆의 혼수시장과 한복시장은 한때나마 인천의 중심상권임을 추억에서 찾는다.

 애관극장, 문화극장, 동방극장, 미림극장, 오성극장, 인천극장, 현대극장 등 동인천에서 하차하면 10분 거리에 있던 극장들이 원도심의 개발논리로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지금은 거론한 극장 중 미림극장만 영업을 하고 있다. 1950년 후반 가설극장으로 출발했던 미림극장은 상설극장으로 전환했다가 경제난으로 폐관한 경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의 ‘청춘극장’과 ‘실버영화관’이 생기면서 실버영화관으로 2013년 재개관한다. 미림극장은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16밀리 영화를 상영하던 동인천역 인근 송현동 중앙시장 진입로에 가설극장인 평화극장으로 1957년 시작한다. 미림극장이 있던 동구지역은 월남민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수도국산 송현동 산1은 만석동과 더불어 월남한 황해도민의 대표적 정착지였다. 그 당시 중구는 개봉관인 반면 동구는 재개봉관으로 상대적으로 입장료가 저렴해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극장을 찾을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한 역사에서 2013년 10월 ‘추억극장 미림’으로 인천지역 유일의 실버전용관으로 다시 개관한다. 추억극장 미림은 인천시 시회적기업협의회가 인천시와 협력했던 공익형 사회적 기업 1호였다. 미림극장의 역할은 원도심 재생과 공동체 만들기 그리고 노인복지와 일상생활이 묻어나는 생활극장의 전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추억극장 미림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추억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 지역민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2016년 8월 건강 스트레칭 체조와 관련된 ‘미리미프로젝트’를, 변사(辯士)와 함께하는 무성영화 제작워크숍 ‘미림더빙극장’을 위한 배우를 모집, 지역공동체 친화극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재정난의 위기로 문을 닫아야 한단다. 그동안 사회적 기업의 정부예산 공모로 운영했는데 지원금 감소와 기간이 만료된 듯하다.

 실버를 위한 극장이었다. 노인들에게 추억과 쉴 곳을 제공하고 노인들에게 추억의 극장이라고 재개관 시에는 언론과 인천의 명소로 자랑하던 곳이다. 원도심 재생을 고민한다면, 미림극장의 가치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역공동체 역할까지 고민한다면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동인천역에 내려서 추억의 영화를 보고, 배불리 순대국을 먹고 송현야시장을 구경하고, 자유공원과 송현배수지 공원을 산책하며 인천의 야경까지 곁들인다면 하루 여행에 멋진 코스가 될 것이다. 미림극장이 문을 닫는다면 또 하나의 명소가 사라지는 것이며 노인복지는 말로 하는 복지가 될 것이다. 관련부서와 상관없이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곳에 가면(동인천역과 미림극장) 영화도 보고 추억도 있고, 맛난 음식을 먹고(순대골목) 사람도 구경하고(중앙시장) 물건도 사고(송현야시장)… 세대가 함께하는 문화공간, 추억극장 미림(美林) 생각만 해도 추억의 거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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