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법인분할을 놓고 한국지엠 사태가 전국을 달구고 있다.

‘내일을 점칠 수 없다’는 한국지엠 부평공장 직원들의 속도 타 들어간다. 법인 분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캄캄할 뿐이다. 공포보다 더 무서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 직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지난 12일 정오께 부평구 청천동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점심을 먹으러 나온 인파들로 한적한 거리는 순간 북적거렸다. 한국지엠 직원들의 발걸음은 법인분할 소식 탓인지 무거웠다. 법인분할의 목적이 생산기능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이라는 노조 측의 주장과 법인분할은 효율성과 투명성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측의 의견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식사 전후 만난 생산직은 법인분할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생산직 등 32년 경력의 A(59)씨는 "결국 군산공장과 같은 꼴이 되지 않겠냐"며 "자동차 판매실적이 부진하니 노동자들이 분할 반대 목소리를 내도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장 내부적으로 뜻이 맞는 조직이 10개 이상이지만 노조의 유인물만 봤지 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전했다. 생산직 B(37)씨는 "일자리 문제는 언제나 불안하고 민감한 문제니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한국지엠 청라기술연구소 직원들은 의견이 조금 달랐다. 연구직 C(44)씨는 "연구소 직원들은 법인이 분리될 경우 본사에서 연구개발 분야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구체적인 전달사항이 없어 우선은 지켜보자"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연구직 D(47)씨는 "노조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겠지만 아직 사측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조목조목 따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직원들 사이에서 사측의 법인 분리 계획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의 법인분할을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선은 의문 투성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그동안 글로벌GM이 해외 주요국에서 철수한 사례를 보면 법인 분리 의도에 의문이 생긴다"며 "철수했던 10여 개 국가에서 비슷한 사례를 보였는데, 한국도 예외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자동차 생산회사들이 법인 분리하는 것을 봤느냐… 지엠만 그런다"며 "8천억 원 정부 지원을 받고 왜 법인을 분리하려고 하냐… 정부의 감시기능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은 오는 19일 주주총회를 소집해 글로벌 제품 연구개발을 전담할 신설 법인 설립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장원석 인턴 기자 stone@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