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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아이클릭아트
경기도내 대학가에서 최근 중간고사를 맞아 학생들끼리 익명 사이트를 이용한 ‘족보(대학에서 이전에 출제된 시험문제가 적힌 종이 혹은 전자문서)’ 거래가 성행하면서 각 대학의 제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전국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의 화성지역 한 대학 게시판에서는 ‘명화스토리텔링 과목 2016∼2018년 족보 3개 싸게 팝니다’, ‘신화의 이해 전 학기 중간·기말 3천 원에 팔아요’ 등 이전에 기출된 시험문제들이 적힌 족보를 팔고 있었다.

글 제목에서부터 자신이 판매하는 족보 과목의 이름과 시험 출제 연도를 적어 올린 글을 상당수 확인할 수 있다.

족보 구매가 서툰 학생은 ‘족보를 누구에게 사야 할지 모르겠다’며 ‘확실한 족보 자료를 파는 사람이 있으면 쪽지를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족보 판매자들이 돈을 너무 많이 받는다’며 족보 판매자의 양심을 지적하는 댓글도 보였지만, 다수의 학생들은 ‘돈을 내서라도 시험을 잘 보는 게 낫다’며 족보 거래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고양지역의 한 사립대학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한 학생이 작성한 ‘족보 내용을 알 수 있느냐’는 글에는 자연스럽게 ‘돈을 주고 구매하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족보 구매를 고민하는 학생은 ‘재료응용 과목은 이전 시험 내용이 적힌 족보와 비슷한 내용이 많이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심지어 ‘주변에 부탁하기만 해도 다 보내주는데 이를 구할 친분도 없으면 구매하라’며 족보를 무상으로 보내 달라는 학생들을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일부 구매자들은 잘못된 족보를 구매해 이를 토대로 공부했지만 시험과 다른 내용이 나왔다며 족보 판매자를 비난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해당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익명성을 이용해 주로 개인 쪽지를 받거나 메신저 아이디 혹은 채팅방의 링크를 달고 거래에 관한 연락을 주고받는 실정이다. 이러한 족보들은 과목당 최소 3천 원에서 최대 1만 원대의 가격에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족보의 존재를 모르거나 족보를 구할 친분 및 거래 정보가 부족한 학생은 족보를 구한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현행법상 학생들끼리 족보를 판매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윤여강 경기대 지식재산학과 교수는 "시험문제를 작성한 교수의 동의 없이 이를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행위"라며 "대학교수들이 시험문제를 만들 때 기존 시험문제와 겹치지 않게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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