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3기 신도시 건설이 순탄치 않다. 후보지로 낙점된 경기도내 지자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개발 철회를 요구한다. 자족기능 없는 신도시 조성은 베드타운만 양산해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신도시 건설은 한때 짓기만 하면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됐다. 하지만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1·2기 신도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본보는 1·2기 신도시 문제와 원인을 짚어보고 향후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파주 운정신도시 1·2기 입주가 완료된 뒤 사업 지연으로 3기 개발예정지가 부지 조성공사만 이뤄진 채 방치되고 있다.
▲ 파주 운정신도시 1·2기 입주가 완료된 뒤 사업 지연으로 3기 개발예정지가 부지 조성공사만 이뤄진 채 방치되고 있다.
14일 낮 12시께 파주시 운정신도시 내 교차로. 제2자유로에서 빠져나와 파주 문산까지 연결되는 357번 지방도에 진입한 지 10분가량 지나자 이전까지 시야에 보이던 비닐하우스가 빼곡한 농경지는 사라졌다. 대신 15∼3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거리에 상가와 대형 마트, 학교, 동 주민센터 등 기반시설도 형성돼 있어 겉으로 보면 주민들이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1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자 이곳 주민들의 근심은 커졌다. 국토부가 수도권 일대에 330만㎡ 이상의 3기 신도시 4∼5곳의 추가 조성계획을 발표한 부지에 고양 일산 등 인근 지역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이곳 주민들은 새로운 신도시가 주변에 추가 조성되면 운정신도시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총면적 1천660만㎡로 인근 고양 일산신도시 1천570만㎡보다 규모가 큰 파주 운정신도시는 목동동·야당·와동 일대에 조성하는 경기북부 최대 규모의 신도시로 2003년 개발 당시부터 주목을 받아왔던 곳이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파주운정주택사업㈜이 공동 시행하는 운정1·2지구는 2014년 조성을 완료했지만 아직 주변 상권이나 인프라·교통망이 턱없이 부족하다. 운정3지구도 2008년부터 추진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때 사업 재검토 대상에 올라 수년간 추진이 지연되면서 부지 조성공사만 끝난 상태다.

‘운정신도시연합회’ 회원 200여 명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2기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3기 신도시를 계획해 추가적인 주택을 공급하면 운정신도시 등 경기북부 1·2기 신도시는 영원히 버림받는 신도시로 전락한다"고 정부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1·2기 신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천정부지로 솟은 서울의 집값을 잡으려고 정부가 서울과 인접한 도내에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베드타운만 양산한 꼴이 됐다며 비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김포 한강·양주 옥정·파주 운정·평택 고덕 등 2기 신도시를 비롯해 과천·광명·성남·시흥·평택 등 3기 신도시 조성부지로 가능성이 언급되는 도내 지자체 및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토부에 3기 신도시 조성에 앞서 기존에 조성한 신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통 문제 등 우선 해결해야 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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