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00.jpg
▲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 기호일보 DB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택지개발을 추진할 때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이해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앞서 조성한 1·2기 신도시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단기적 처방으로 서둘러 추진되면서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만큼 면밀한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1기 신도시 조성의 시작은 1988년 노태우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대규모 택지개발을 진행하고,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서민들이 살 주택을 지을 땅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3저(저달러·저금리·저유가) 현상’으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정부는 수도권 5곳(5천14만㎡)에 200만 가구의 주택 건설을 추진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1989년 8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단기간에 걸쳐 신도시 5곳이 조성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불러 왔다.

고양에서는 신도시 개발로 집과 땅이 수용되는 것을 비관해 농민 5명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신도시 조성이 기업 유치나 고용 증진보다 조속한 택지 분양에 초점을 맞춰 아파트 위주로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자족기능이 부족한 베드타운으로 변질됐다.

일산신도시 입주자대표자협의회가 1996년 시행사인 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1천5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결의한 적도 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신도시 건설 시 10∼3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2기 신도시 역시 자족성을 갖추지 않은 채 아파트 단지를 짓는 데만 집중하면서 베드타운이 됐다. 더욱이 서울과 반경 30∼40㎞ 떨어져 있어 1기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떨어졌지만 광역교통대책도 제대로 수립되지 않아 장거리 통근 등 민원을 야기시켰다.

게다가 정부가 신도시 조성시 잠재력을 지닌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광역적 공간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서 신도시와 연결되는 교통망을 따라 발생하는 난개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윤효진 교수는 "신도시의 기반시설 및 공공시설 부족한 이유는 신도시 조성 이후에 문제를 예측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일본·독일 등의 선진국만 보더라도 10년 이상씩 장기적으로 신도시 계획을 세워 개발을 진행해 민원 발생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도시 개발지역의 주민과 기업, 지자체 등 이해당사자들 간 의견 교류 활성화를 통해 계획단계부터 교통·학업 문제 등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공급대책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