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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예측 불허다. 꿈꾸는 사랑의 모습이나 이상형이 명확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런 조건을 만나 연애한다는 보장은 없다. 나와 꼭 닮은 모습에 편안함을 느껴 애정이 싹틀 때가 있는 반면 색다름이 호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영화 ‘블루 발렌타인’의 주인공 남녀는 상반된 두 감정을 동시에 느껴 사랑에 빠진다. 딘은 첫눈에 운명적 교감과 함께 편안함을 느꼈고, 신디는 이 남자가 새롭고 특별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여느 청춘이 그러하듯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뜨겁게 서로를 원했다. 하지만 열애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세월 앞에 변해 가는 사랑이 지나간 흔적을 쫓는다.

 대학생 신디는 할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이삿짐 센터 직원 딘을 처음 만난다. 잠시 스친 짧은 눈길만으로도 딘은 신디가 운명의 그녀임을 직감한다. 딘에게 사랑은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사람을 만나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신디가 운명처럼 나타났다. 사실 조건을 따지고 본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구석이라곤 없었다. 중산층 가정에서 따뜻하게 자란 촉망 받는 의대생 신디와는 달리 딘은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일용직으로 살아갔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먼 남녀에게 현실적인 조건 따위는 문제 될 게 없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지금이 가장 소중했다.

 하지만 6년이 흐른 오늘,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신디는 간호사로 일하며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고 딘은 여전히 일용직을 맴돌았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그럴듯한 말로 언제나 일은 뒷전이었다. 하루하루가 피곤함의 연속인 신디와는 달리 딘에게 일상은 무료했다. 딸아이에게는 다정한 아빠였지만 대부분 술만 마셨고, 부부의 대화는 언제나 핵심을 빗겨가 다툼으로 이어졌다. 차곡차곡 쌓인 감정의 골은 결국 관계의 종말을 생각하게 했다.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이 결혼생활이 유지될 수 있을 거라 말은 하지만 이미 여러 번 노력한 끝에 이들이 도달한 종착역은 두 사람 모두 변하지 않을 거란 결론이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사랑 뒤에 남겨진 통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달콤했던 과거의 시간과 서로에게 신물이 난 현재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 주는 대조를 통해 판타지를 걷어낸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세상에는 별로 없는,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행복한 결말에 대한 대리만족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는 빛바랜 감정은 현실적인 공감을 끌어낸다.

 행복한 시간 뒤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픔의 순간들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로 완성됐다. 라이언 고슬링과 미셸 윌리엄스가 두 시간 내내 나누는 눈빛, 몸짓, 한숨들은 아름다운 시절과 가슴 저릿한 순간들을 만들어 내며 교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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