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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익 태영 이엔씨 고문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다. 한국도 도시화율이 90%를 넘어섰다. 도시가 오늘날과 같이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많은 토지와 자원을 소비한 적이 역사상 없다. 더욱이 지구온난화의 직접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맘껏 배출하고, 개인주택과 개인 이동수단이라는 사치품을 누린 적도 없다.

 도시경제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도시의 승리(2011)」에서 ‘도시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 기술, 아이디어, 인재, 기업가 정신과 같은 인적자본을 모여들게 하는 힘이야말로 도시와 국가의 번영은 물론 인간의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후진국을 불문하고 현대 도시는 밝은 빛과 어두운 그림자를 함께 만들면서 발전하고 있다.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도시낙관론과 도시비관론으로 극명하게 나누어져 있다. 도시낙관론자들은 도시재생과 인간의 생활조건을 개선하는 도시화의 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도시가 그 어느 시기보다 더 풍요롭고 안전하고 깨끗하고 건강하며, 도시화는 개선의 진정한 원천이라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도시는 혁신의 강력한 엔진이자 경제적, 사회적 진보의 모델이라는 것이다. 이와 정반대로 비관론자들은 현대 도시는 화려하지만 도시 내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증가하고 계층 분열은 심화되며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고 있다고 본다. 무자비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질서가 세계의 도시화를 강요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심재개발) 또는 도시재생은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한 사업일 뿐이다. 부유하고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도시를 재식민지화하면서 발생하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토론토대 교수이자 미국 전 메릴맨드 주지사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저서 「새로운 도시위기(THE NEW URBAN CRISIS, 2017)」에서 도시집중화(Clustering)에 의해 발생하는 근본적인 모순이 도시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승자독식 도시화(Winner Take-All Urbanism)의 등장은 도시 간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발생시킨다. 뉴욕, 런던, 홍콩, LA, 파리,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보스턴, 시애틀을 포함한 소수의 슈퍼 도시들과 그 외 세계 도시들 간 경제적 격차가 확대, 심화되고 있다.

 두 번째는 슈퍼도시의 성공에 따른 위기로서 감당하기 불가능한 비싼 주택 가격과 상상을 초월하는 불평등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금권도시화로 변질돼 글로벌 슈퍼 부자들에게는 직접 거주하는 장소가 아니라 최첨단 주택에 투자해 돈을 묻어두는 곳이 되고 있다. 세 번째는 모든 도시와 대도시 지역, 승자와 패자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불평등과 분리 등급화 문제다. 미국의 경우 도심 공동화가 1960∼1970년대 도시의 위기였다면 지금 위기의 특징은 중산층의 소멸이다. 그에 따라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훨씬 좁은 지역과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넓은 지역으로 구분됐다.

 이러한 도시의 위기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간 격차와 등급화,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은 산업, 경제, 교육, 문화예술의 중심지이자 야심찬 인재들이 모이는 도시로 혁신과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집중화가 위기의 원인이다. 작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안정을 위해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욱 폭등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부동산 가격은 도시 위기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 강남 3구와 여타 구 간, 서울과 지방 간 확대되고 있는 경제적 격차와 불평등, 양극화 현상 그리고 국민들의 정부 불신은 근본적으로 도시집중화로 인한 모순이라 하겠다. 그 대안으로 이념적이고 징벌적 억제책보다는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토지이용 계획, 주택 수급정책, 조세정책, 사회기반시설 확충 계획, 수도권 규제 등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국민 모두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밝은 도시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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