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영 인천대학교 교수가 효율적인 남북 교역을 위해 ‘민족가격’의 제도화를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난 13∼15일 중국 옌볜대학에서 열린 ‘제11회 두만강포럼’에서 ‘남북 교역을 위한 민족가격의 제도화’라는 연구 발표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은 인천대 통일통합연구원과 옌볜대학 조선한국연구센터가 함께 주최한 학술회의다.

이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2008년 ‘인민생활제일주의’ 선언을 통해 경제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 역시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그동안의 남북 교역은 철저하게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폐쇄되기 직전인 2015년에는 개성공단 관련 사업이 99%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 교역은 30여 년간 진행됐지만 개성공단에 집중되면서 남북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없었다"며 "남북 주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전면적인 남북 교역을 위해 새로운 교역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 방안으로 "남북의 새로운 교역 조건을 위해서는 예전 사회주의권에서 활용했던 ‘형제가격’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소련은 형제국가들의 불균등발전을 고려해 쿠바의 바나나를 국제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인 반면 석유는 국제가격보다 싸게 수출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회주의권의 형제가격처럼 한국도 북한의 물품을 국제가격보다 비싸게 반입하면서 한국 물품은 싸게 반출하는 ‘민족가격’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족가격’ 도입은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민간 교역에 적용할 경우 민간기업에 막대한 이윤을 가져다줄 수 있는데다, 이를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공공교역과 최종소비재를 중심으로 교역하더라도 ‘퍼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WTO(세계무역기구) 등 국제기구의 문제제기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갑영 교수는 "남북 교역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민족가격’을 제도화하려면 여러 문제가 나올 수 있어 무엇보다도 국민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남북 교역은 민족이 공생·공존할 수 있는 출발이라는 점을 고려해 끊임없는 설득으로 국민이 응원하는 남북 교역으로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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