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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노주영 교수
올 여름은 유난히도 길고 더웠다. 입추가 지났지만 여전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달라진 공기나 높아지는 하늘을 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여름 동안 따가운 자외선과 열기, 땀으로 지쳐 있는 피부를 진정시키고 생기를 불어넣어야 할 때이다.

 여름철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다가도 가을철에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외선 차단제는 사시사철,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항시 바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친 자외선 노출 시 면역기능의 저하, 피부 노화 촉진 및 피부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일부 제기되면서 자외선과 활성비타민 D가 일부 암의 발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는 보고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일부 반론이 있지만, 적당한 햇빛과 비타민 D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비타민 D 결핍증을 예방하는 평범하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가을철에도 여름만큼이나 햇빛이 강하기 때문에 햇빛을 쬘 때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의 강렬한 자외선은 피하고, 자외선에 의한 화상이나 장기적으로 광노화, 피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얼굴이나 노출이 많은 곳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찬바람이 불면서 여름철 일조량의 잔재로 없었던 주근깨나 잡티가 나타나거나 옅었던 기미가 유난히 짙어질 수 있다. 피부의 노화가 급격히 진행돼 탄력을 잃기도 쉽다. 덥고 습한 여름철이 지나간 후에는 급격하게 건조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데 여름철 내내 지쳐 있던 피부가 갑자기 탄력을 잃고 거칠어지며 주름이 생기기 쉽다.

 여름 동안 과다하게 생성된 멜라닌 색소를 파괴하거나 더 이상의 합성을 예방하는 피부 미백제로는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하이드로퀴논, 레티노이드 등 국소치료제와 식물 추출물이 함유된 기능성 미백 화장품들이 있다.

 또 피부 노화 예방에 비타민 C의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비타민 C가 포함된 에센스나 크림을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표피의 분화를 촉진시켜 각질의 탈락을 돕고 멜라닌 색소의 배출을 유도하는 필링이 효과적이며, 최근에는 멜라닌 색소 파괴와 피부 콜라겐 합성을 유도하는 레이저 토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이 수분 공급이다. 피부에 촉촉하게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 하루 8컵 이상 충분한 양의 물을 섭취하고, 피부 유형에 따라 수분과 유분의 균형을 조절할 수 있는 보습제를 사용하면 피부 탄력에 도움이 된다.

 가을부터 시작해 초겨울에 찬바람이 불면 기온과 습도가 내려가면서 가려움증과 거칠고 각질이 일어나는 피부증상을 호소하며 피부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피부 건조증은 40∼50대 이후에 흔히 나타나나 요즘은 과도한 난방으로 인한 건조한 실내 대기, 잘못된 목욕 습관 및 잦은 목욕 등으로 젊은 층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피부가 노화될수록 자연 보습인자가 부족해지거나 표피 지질에 이상이 생겨 각질층의 수분 보유 능력이 떨어지고, 피부 장벽 기능이 저하되면서 피부가 건조해진다.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가 건조한 계절로 접어들면서 증상이 나타나고 다시 계절이 바뀌면서 증상이 호전되는 양상을 되풀이한다. 주로 정강이 부위에 흰 비늘 같은 각질이 일어나며, 심한 경우 살이 트는 것처럼 갈라지기도 하고 심한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그 외에도 피지선의 분포가 적은 팔, 다리, 복부, 허벅지 등에 생길 수 있다.

 각질이 일어난다고 해서 때 밀듯이 벗겨 내거나 문지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뜨거운 욕탕이나 사우나는 피부의 수분을 증발시킬 수 있어 오히려 한동안 피하는 것이 좋다. 저녁에는 얼굴에 충분히 보습제를 바른 후 보습팩을 사용하면 보습제가 피부에 충분히 스며드는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천연 보습제나 천연 팩에 관심이 높아져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식물성 재료를 피부에 직접 바르거나 피부 반응 테스트를 시행하지 않은 천연 추출물들은 피부에 알레르기나 자극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천연 재료에 대한 맹신은 매우 위험하다.

 <도움말=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노주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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