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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정치적 허니문 기간을 지나, 출범 100여 일 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박남춘 시장의 ‘민선 7기 시정운영 계획’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언론은 물론 시민단체 논평도 따갑다. 인천경실련은 박 시장이 선거 당시 채택키로 약속한 공약의 시정운영 계획 반영률이 절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공약(公約)은 시민과의 약속인데 ‘빌 공’자 공약(空約)을 남발한 셈이라는 거다. 이런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얼마 전 시 지방재정투자 심사위원회 결과에 반발해 현수막과 문자 시위를 벌인 송도국제도시 주민의 숙원사업인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도 빠져 있다. 선거 때 쟁점이었던 경인고속도로 관련 사업 국비 확보 및 통행료 폐지 방안은 팥소 없는 찐빵이란 평가다.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조기 종료도 매한가지다. 주민 반발에 직면할까 걱정된다.

박 시장은 일찌감치 서해평화, 원도심, 일자리, 협치·소통 등을 조직개편 키워드로 삼고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을 필두로 측근인사를 전면에 포진했다. 비록 조직이 개편되기도 전에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선거 당시 현안과 쟁점을 제대로 챙기려고 그랬나 보다 안심했다. 하지만 ‘민선 7기 시정운영 계획’의 뚜껑을 열자 빈 수레가 요란했나 싶을 정도로 알맹이가 없었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단체들은 인천에 연고가 없거나 인천 사정이 어두워 현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시장 측근인사들이 시민의 요구를 외면한 채 오만한 시정을 펼쳐온 데서 원인을 찾는다. 문제는 그 역풍을 박 시장이 온전히 받아야 한다는 거다. 벌써 낙하산인사의 민낯이 드러나서인지 인천 정체성을 찾자며 설립을 요구하고 있는 ‘인천시사편찬원’이 외면당할 위기다. 인천 출신 인천시장 시절인데도 말이다.

# 인천 모르는 측근의 오만한 행정

박 시장은 취임사에서 "오늘은 저 혼자 시장에 취임하는 날이 아니라 300만 시민 모두가 인천의 주인으로서 시장에 취임하는 날"이라며 "공정, 소통, 혁신으로 인천의 가치를 키우고 시민의 자부심을 높이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민이 "자부심 높은, 하나 된 인천의 주인"이 되려면 무엇보다 ‘인천 정체성’부터 찾아야 한다. 시사 편찬을 통해 그동안 묵묵히 인천의 정체성을 쌓아온 이들이 있다. 인천시사편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2명의 연구위원이다. 시 직제에 엄존하는 시장 자문기구다. 그간 연구인력 확충 등을 통해 위원회 기능 및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어떤 시장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애초 정치적 목적으로 출범했고, 출자·출연기관인 인천문화재단 산하기구에 불과한 ‘인천역사문화센터’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격이 다른 조직인데도 그러하다.

오히려 박 시장의 시정과제 중에 ‘남북 역사·문화 교류센터 설립’이 있으니, 이와 연계해 센터를 강화고려역사 연구라는 본래의 설립 목적에 따라 명칭과 기능을 전환해야 할 때다. 이참에 시장 교체기마다 부침을 당하는 정치적 성격을 과감하게 빼야 한다. 어느 세력이 뒷배라는 둥의 저잣거리 헛소문을 듣고 싶지 않다는 거다. 혹 임기가 끝난 지 오랜데도 여태 미뤄지고 있는 시사편찬위원회 위원 구성도 앞선 헛소문과 연관이 있나 싶다. 게다가 자리도 맛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시장 교체기마다 알찬 자리를 도맡아온 인사들이 역사문화센터와 시사편찬위원회 간 다툼을 부추기고 있다. 연구위원의 노고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 시사편찬원 설립해 정체성 강화해야

박 시장은 선거 당시 인천경실련과 YMCA가 제안한 ‘인천시사편찬원 설립’ 공약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지만, 이번 시정운영 계획엔 빠져 있다. 측근 낙하산인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장의 협치·소통 시정을 좀먹고 있기에 그렇다. 공약 이행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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