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중구 항동3가 하버파크호텔에서 ‘우리가 바라는 인천 만들기’를 주제로 공무원 공직문화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일 없는 고참 공무원이 근무평가만 챙기는 문화를 없애주세요. 고참에게 점수도 주고 일도 주세요."

 "시장님 소통만 강조하시지 말고 정책 결정권자답게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결재를 해주세요. 급한 결재인데, 한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인사과나 기획과 등 선호 부서는 승진과 관련 없는 직원들이 근무하게 하고, 기피 부서는 승진을 앞둔 고참들이 일하게 해야 합니다."

 인천시 공무원들이 속으로 앓았던 ‘마음의 소리’를 털어 놨다. 23일 중구 하버파크 호텔에서 열린 ‘공무원 공직문화 1회차 워크숍’에서 나온 의견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시 내부의 해묵은 문제였다. 민선 7기 들어 크게 불거진 인사 불만이 주를 이뤘다. 이날 모인 450여 명의 시 직원들은 시정 철학인 ‘정의’에 반하는 인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으로 진행한 대화방에서 한 직원은 "인사 발령 때 소위 승진이 잘되는 자리에 인맥 등을 통해 발령받는 현실이며, 진급에 임박했을 때만 성과내기에 집중한다"며 "일 잘하는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불성실한 근무에 대한 확실한 페널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인사가 여전히 학연과 지연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직렬에 따른 소외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직렬별로 최적화된 근평 시스템을 만들고, 기피 업무에 대한 확실한 가점제도가 필요하다는 해결책이 제시됐다. 민선 7기가 최근 결정한 사항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다면평가 하위 10%를 승진시키지 않겠다는 시장 결정에 대해 한 직원은 "기술직은 1명 또는 2명 진급하는데, 10프로는 어찌 적용시킬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얼굴도 모르는 직원을 평가하는 다면평가의 방식 자체를 고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수 차례 있었다.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지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워크숍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한 공무원은 "오늘 나왔던 얘기들은 전임 정권부터 시작해 벌써 수도 없이 나왔다"라며 "실제 눈에 띄는 변화가 없으면 결국 내부 대화방에서 익명으로 불평 불만을 털어놓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1회차(오전) 워크숍에 참여한 직원들은 ‘소통’에 대한 박남춘 시장의 견해와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박남춘 시장은 워크숍 시작에 앞서 "이 자리에 4급 간부도 왔는데, 직원들이 의식해서 말을 못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모든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같은 부서의 상·하급자가 구분없이 선착순으로 앉다 보니, 직급 순으로 발언을 하거나 하위직들은 표현을 자체 검열했다. 입사 연차가 얼마 되지 않은 한 하위직 직원은 "아무래도 고참이 같이 앉아 있으니까 말을 하기에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부서와 직렬을 섞어서 배치를 했으면 좀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다음 주까지 5회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엮어 시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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